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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클래식 '사계'의 전설, '이무지치'가 왔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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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안셀미 인터뷰

국민클래식 '사계'의 전설, '이무지치'가 왔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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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비발디의 '사계(四季)'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심지어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사계'만큼은 친근하게 느낀다. 어떻게 이 17세기 바로크 음악이 21세기 드라마·영화의 OST로,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휴대폰의 벨소리로, 대중가요의 전주로 흘러나오게 됐을까. 곡 자체의 생명력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사계'를 대중화시킨 데는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의 공이 크다.

'이 무지치'는 바로크·낭만파 음악은 물론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단연 비발디의 '사계'다. 1955년 당시 잘 알려져있지 않던 음악가 비발디의 사계 전곡을 세계 최초로 레코딩해 앨범 판매량만 현재까지 2500만장이 넘었다. 클래식 음반 가운데서는 부동의 1위다. 1952년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의 졸업생 12명이 모여서 만든 '이 무지치'는 당시 이들의 음악을 듣게 된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완벽하다"고 극찬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62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악단은 1987년 첫 내한공연을 가진 뒤 2년에 한번 꼴로 꼬박꼬박 한국 팬들을 만나고 있다. 내한공연 당시 한복을 입고 앙코르를 연주하거나, '까치까치 설날은', '아리랑' 등을 연주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적도 있다. 올해는 지난 11일 경기도 하남 공연을 시작으로 울산, 부산, 인천 등을 거쳐 오는 24~25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신년음악회를 연다. 2011년부터 '이 무지치'의 악장을 맡아온 '안토니오 안셀미(Antonio Anselmi·사진)'를 14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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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국내 투어를 시작한 안토니오 안셀미는 "첫 공연 이틀 전에 한국에 도착하는 바람에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정신없이 서두른 감이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며 "한국 관객들은 정말 환상적이고,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1990년 이탈리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선정된 안토니오 안셀미는 2003년부터 '이 무지치'의 단원으로 합류했다. 거침없고 과감한 그의 연주는 '이 무지치'의 사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로 '이 무지치'와 함께 한 지 11년이 됐다. 첫 무대는 이탈리아 시실리에서 열린 공연이었는데, 뭔가 새로운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난다. 솔로로 있을 때와 달리 '이 무지치'의 단원으로 활동하면서는 다른 연주자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팀 플레이'가 정말 중요해졌다. 특히 '이 무지치'는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기 때문에 모든 단원들이 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통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독창적이고 독특한 '이 무지치'만의 색깔이 나오게 된다."
'이 무지치'는 누구나 실력있는 이들이라면 단원으로 합류할 수 있지만(물론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 번 단원이 되면 70세까지 함께할 수 있다. 이는 '이 무지치'만의 연주 색깔을 지켜나가기 위한 나름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60년이 넘는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 역시 '이 무지치'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안셀미 악장은 "뿌리는 과거에 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미래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의 음악을 연주해도 생각은 미래지향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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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중에서도 비발디의 '사계'를 좋아하지만 사실 연주자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연주하기 까다로운 곡이다. '사계'는 봄-여름-가을-겨울 각 계절마다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으로 돼있다. 얼핏 보면 단순한 구성같지만 자세히 보면 각 장마다 표현이 다채롭고, 내용이 풍부하다. "'사계'는 극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으로, 사람들이 듣기에 편하고, 정서적으로도 통하는 음악이지만 연주하기에는 무척 어렵다.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비발디는 정말 최고의 작곡가이자 당대의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생각한다."

안셀미 악장은 "클래식 음악을 좀 더 발굴해서 젊은 세대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무지치'는 이탈리아어로 '음악가들(the musicians)'이란 뜻이다. 마지막으로 '이 무지치'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이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뮤직 빌리버스(Music Belivers), 뮤직 러버스(Music Lovers)..."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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