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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국론분열'을 찬양하라

최종수정 2020.02.12 11:54 기사입력 2014.01.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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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강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두물머리를 지나갔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강원도 태백 검룡소에서 솟아난 남한강이 만나는 곳. 각기 다른 곳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언덕과 골짜기와 들녘을 적시며 내달리다 하나로 합해지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빚어내니, 그것은 마치 자연계의 한 이치를 깨쳐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질적인 것이 만나 어우러질 때 만물은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절경(絶景)의 한 비밀은 그 '접경(接境)'에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것은 또한 두물머리에서 특히 보는 이를 숨 막히게 하는 시간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과 붉은 놀이 강 물결 위에 일렁이는 해질녘인 것이라는 것에서, 즉 밤이 아침으로 바뀌고 빛이 어둠으로 바뀌는 시간, 그 음양이 엉키고 만나는 접경의 시간일 때라는 것으로써 거듭 드러내 보이는 가르침이었다.

인간의 삶 또한 정말 그렇지 않은가. 서로 다른 것들이 부딪치고 섞이고 합해질 때 문명은 개화하고 융성함을 빚어냈다. 바다 속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곳에 물고기들이 몰리는 것처럼 인간의 문명은 이질적인 것들 간의 만남이 풍성함을 자아냈다. 두물머리에서 다산 정약용이 나오고 몽양 여운형이 나왔던 것도 그 합수(合水)의 정기가 베풀어준 선물이 또한 아니겠는가.
서로 다른 기운은 서로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양식이 되며 쇄신의 기운이 되는 것이다. 상극이 결국은 상생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회든 필요한 것은 대립의 저지와 갈등의 봉쇄가 아니다. 오히려 대립과 갈등과 이견의 고무와 진작이다. 상반성을 더욱 명료하게 하는 것, 갈등을 더욱 뚜렷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쇄신과 융성의 출발이다. 힘과 힘이, 기운과 기운이, 세력과 세력이, 주장과 주장이 저마다의 물줄기로 흐르게 하는 것, 거기에 활로가 있고 쇄신의 길이 있다.

다시 그러므로 새해 우리가 추구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단연코 '국론 통일'이다. 통일된 국론, 그것은 분열된 국론들 간의 충돌과 갈등과 화해 끝에 결과로서 얻어지는 것이지 출발점일 수는 없다. 목표일 수는 없다.
'불순함'과 이견을 용납지 않는 것, 국론 분열을 절멸시켜야 하는 적으로 여기는 것, 그것은 자연스럽지도 않을 뿐더러 한 사회의 자멸과 쇠퇴를 재촉하는 길이다. 자연사와 문명사가 모두 '근친교배 재앙'의 교훈으로써 이를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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