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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순직 인정 기준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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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호랑이 사육사 사망 및 보상 합의 계기로 손질 여론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안타깝게 죽었으니 유족들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데, 그래도 왠지 뒤끝이 개운치 않다."

최근 만난 서울시 한 공무원 A씨의 말이다. 시가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숨진 사육사 故심모씨의 유족들과 보상에 합의하면서 유족들이 요구한 자녀 학자금을 직원 모금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사망위로금 2000만원 외에 유족 보상 수단이 별로 없는 시의 처지를 이해하긴 하지만,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다 숨진 일을 해결하면서 국가 차원의 보상이 미흡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적인 수단인 직원 모금을 동원하는 것은 이번으로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무 수행 중 사망한 공무원들에 대한 보상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족들은 대체로 국가 유공자로 지정되는 등 혜택이 큰 '순직' 처리를 요구하지만 이는 경찰 등 특수한 직종의 공무원들만 주로 혜택을 받을 뿐 '일반 공무원'들은 재난 구조 중 사망 등 특별한 경우에 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일반 공무원들 사이에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심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심씨는 서울대공원 기능직 7급 공무원으로, 직무 수행 중 불행한 사고를 당해 사망한 만큼 유족들은 순직 처리를 원하고 있다. 심씨처럼 직무 수행 중 사망한 공무원이 공무원 연금법상 순직 인정을 받으면, 유족들에 대한 보상이 커진다. 순직의 경우 연금 외에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 월평균액의 44.2배에 달하는 액수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단순한 공무상 사망으로만 인정되면 보상금은 월평균 소득액의 23.4배로 줄어든다. 또 순직 인정을 받으면 국가유공자로 지정받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국립묘지 안장은 물론 자녀들의 각급 학교 특별전형 기회와 학비지원을 받고, 배우자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으로 취업도 알선해준다.
문제는 공무원 연금법상 순직 인정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연금법은 경찰관, 소방관, 청와대 경호원, 국정원 직원, 교도관 등은 직무 수행 중 사망했을 경우 순직 처리를 해준다. 하지만 다른 직종, 즉 '일반 공무원'들은 공무 수행 중 사망할 경우 업무상 발생한 위험도에 따라 '공무상 사망'과 '순직'으로 나눠 연금과 보상금을 차등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순직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했을 때'에만 인정해주고 있다.

이같은 엄격한 규정으로 인해 일반 공무원들은 재난ㆍ재해 현장에 투입돼 구조활동 중 사망한 경우, 감염병 환자 치료 중 감염에 의한 병사, 해외에서 재난사고시 국민 보호 중 사망하는 경우 정도만 순직으로 인정받을 뿐 대부분 '공무상 사망'으로만 처리되고 있다. 안전행정부 순직보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순직으로 인정될 수도 있지만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심씨의 경우도 순직 인정 여부가 '안갯속'인 상황이다. 시가 순직 인정을 위한 적극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에선 과거의 사례 등을 살펴 볼 때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로 인해 불똥이 떨어진 곳은 동료 직원들이었다. 시가 유족들의 요구를 가능한 한 들어주고 협상을 조기 종료하기 위해 직원 모금을 통해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시 공무원들은 "유족을 돕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며 모금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가 정책의 사각지대로 인해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는데 '직원 모금'이라는 사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이번으로 그쳐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A씨는 "경찰이나 소방관이 좀더 위험하긴 하지만 일반 공무원들이 하는 일도 국가를 위한다는 점은 똑같은데 순직 처리에 차별을 두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며 "일반 공무원들에 대한 순직 인정의 폭을 넓히는 한편 공무상 사망과 순직에 대한 물질적 지원의 차이는 없애고 명예만 부여하는 식으로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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