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탁은 27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안보국(NSA)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이 2010년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도청내용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도청을 중단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것을 계속하도록 놔뒀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자세히 보고를 요구했고 NSA가 메르켈 총리의 휴대 전화는 물론 암호화된 관용전화기까지 도청했다고 폭로했다.
이 때문에 독일은 미국에 대해 관계자 처벌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주요 외신들은 한스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원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이 독일에서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면 독일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와 관련된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가 오바마 대통령의 거짓 해명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 정보당국이 적극 진화에 나섰다. 바니 바인스 NSA 대변인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키스 알렉산더 국장은 지난 2010년 메르켈 총리를 포함한 해외 정보 활동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 논의하지 않았고, 그 전후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전화 도청 문제로 독일을 포함한 미국의 전통적 우방들과의 우호관계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엔 워싱턴DC에서 시민단체와 시민 등 1000여명이 '스파이 활동을 중지하라', '우리를 그만 감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을 들고 항의집회에 나서는 등 불법 도청과 정보감시 파문이 국내외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26일 뉴욕주 해밀턴 콜게이트 대학 연설에서 "미국의 우방들도 자국의 안보를 위해 이 같은 미국의 정보력에 의존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어 "국제 사회는 이제 이 문제와 관련해 완전하고 포괄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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