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개편 논란에 온렌딩도 '뜨거운 감자'
찬반 명확히 엇갈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면서 정금공의 핵심사업인 온렌딩(시중은행을 통한 간접대출)의 효용성에도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산은의 간접대출과 겹치는 만큼 온렌딩만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온렌딩은 시중은행 등 중개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대출제도로 독일 Kfw를 모델로 2009년부터 시행됐다. 정금공은 대출자금만 지원한다. 정금공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올해 6월까지 16조6100억원을 공급했으며 이 가운데 76%인 12조7000억원이 중소기업에 지원됐다.
온렌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였다. 취지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었지만 은행이 대출심사를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우량기업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금공에 따르면 온렌딩대출은 6~11등급의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데, 6~7등급 지원 비중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에 대한 찬반이 나오면서 온렌딩 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통합에 찬성하면 온렌딩에 부정적이지만 정금공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쪽에서는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온렌딩을 없애자는 쪽에서는 태생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롤모델인 독일의 경우 지역 상호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이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건전성을 따지는 시중은행들이 도맡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에 자금이 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온렌딩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금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비슷한 성격의 한국은행 총액한도대출은 조달비용이 없다. 그만큼 온렌딩의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잇달아 열린 정책금융개편 관련 세미나에서도 온렌딩의 부정적인 측면이 다뤄지기도 했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국회의원 박민식 의원이 이달 중순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온렌딩은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과 중복된다"면서 "중기대출 증가에 일정 부분 기여한 점은 인정하지만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도 "독일식 온렌딩은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면서 "은행과의 리스크 분담을 통한 간접지원 방식은 은행에 단순히 자금공급만 지원하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 역시 독일 방식을 국내 적용하기가 무리였다"면서 "자금을 정작 필요로 하는 기업이 제대로 받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온렌딩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면서 "우리나라 현실에서 단기간 내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정책금융개편을 추진한 금융위원회는 일단 산은에 온렌딩 관련 별도 부서를 설치해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개편과 관련한 연구를 학계에 의뢰한 상태다. 금융위는 온렌딩이 재정 투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온렌딩을 지속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필요하다면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온렌딩에 대해 "시장친화적이고 선진화된 간접여신 기법"이라면서 "벤처와 창업기업 등 상업금융과 경쟁관계가 아닌 부분에 집중하되 온렌딩 계약에 유인구조를 삽입해 정보창출 등 중개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