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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감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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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표명 사태를 지켜보며 올해 법무부·검찰의 2건의 감찰이 함께 회자되고 있다. 앞선 하나는 채 총장이 검찰의 수장으로서 지시했고, 또 다른 하나는 대통령을 보필하는 법무부의 수장이 지시했다.

지난 6월14일 채 총장은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이 대검 및 법무부에 보고한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 수사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된 경위를 밝히라는 지시였다.
조선일보는 수사결과 발표를 코앞에 두고 문제의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국정원 직원들이 게시한 댓글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댓글 대다수가 ‘종북 비판이나 신변잡기’라며, 대선 등 정치개입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판단이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그러나 국정원의 정치 관여 및 선거개입, 경찰 수뇌부의 수사 축소·은폐가 확인됐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원 전 원장의 구속 여부를 두고 법무·검찰의 의사 결정이 더뎌지며 의견 조율이냐, 갈등이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사실로 굳어지면 그 최대 수혜자가 현 정권으로 지목될 것에 대한 우려가 배경으로 지목됐다.
정부가 정식적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은 채 검찰의 실체 규명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결국 한 달 뒤 원 전 원장이 억대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되며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어지는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활동이)적절치 못했다”는 국정원 관계자의 진술, 경찰과 국정원이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 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꼬박 100여일 지나 황 장관은 9월13일 법무부 감찰관실에 채 총장의 ‘혼외자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검찰청법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일반지휘·감독권과 법무부 감찰규정이 근거로 거론됐다. 조선일보가 관련 의혹을 제기한 지 꼬박 일주일 만이다.

지시 발표로부터 채 1시간이 못 돼 채 총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채 총장은 이미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고 조속한 시일 내 유전자 감식을 받겠다고 밝힌 터였다. 검찰 내부에선 대번에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뒤이어 법무부 장차관이 나서서 사퇴를 종용했다거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며 일파만파 의혹이 커지자 법무부는 “사퇴를 종용한 일이 전혀 없고, 장관의 독자적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역시 15일 아직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바 없다며 검찰의 독립성과 무관한 공직자 윤리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 이어졌다.

정부의 사태 수습 노력에도 검찰 조직의 동요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당일 서울서부지검은 평검사 회의를 열어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검 중간간부들도 사의를 표명하거나 법무부 수뇌부에 항의했다.

전국 일선 검찰청 역시 부부장검사 이상 간부들을 제외한 평검사 대부분이 한자리에 모여 채 총장 사퇴 관련 청와대 개입 의혹 등에 관한 논의를 토대로 검찰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초 주말을 이용해 평검사회의를 열 예정이던 서울중앙지검과 북부지검의 경우 논의 지연 및 사태 관망론이 부각되며 일정이 뒤로 밀렸다. 15일 오후 중앙지검에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일단 오늘은 (평검사회의가)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안팎의 동요를 떠나 지휘부 공백에 따른 검찰의 업무 차질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이미 전임 한상대 총장이 검란 사태로 지난해 12월 물러난 뒤 5개월간 수장 공백기를 맞았다. 후임 채 총장 역시 취임 163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역대 12번째 검찰총장이 될 상황에 놓이면서 장기간 공백이 가시화됐다.

채 총장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 보장을 목적으로 검찰청법을 고쳐 도입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자리에 앉은 첫 검찰총장이다. 그는 지난 4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본연의 임무를 빈틈없이 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답은 언제나 원칙과 기본에 있다”며 그 첫째로 정치적 중립성을 꼽고, “외부의 압력과 유혹의 방파제가 되어 모두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재임 중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외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 및 자진납부 발표가 이어졌고, 거액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기소됐으며,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관련 비리로 국내 대형 건설사 전·현직 임원들이 줄지어 구속되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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