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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즐거운 회사, 책 권하다보니 슬슬 풀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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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윤승용의 '사람읽기' 인터뷰③]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윤승용 논설고문의 '리더의 서재에서'를 연재합니다.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김종훈'이란 인물이 화제에 올랐었다. 한미FTA 협상의 리더였다가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사퇴한 재미교포 김종훈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밖에도 인천대 경영대 김종훈 교수, 대법원장 비서실장 출신인 김종훈 변호사 등도 역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경제계에서 또 다른 김종훈이 단연 돋보이는데 철인(哲人) CEO, 행복경영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김종훈 한미글로벌(구 한미파슨스)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CM(건설사업관리)이란 새로운 사업영역을 처음 도입해 우리 건설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선구자로 유명하다. CM(Construction Management)은 건설사업의 기획, 설계부터 발주 시공 및 유지관리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 혹은 일부를 사업주의 대리인 및 조정자의 역할을 맡아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2010년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을 펴내 '구성원 제일주의'와 '천국같은 직장론'을 설파했던 김 회장은 올해에도 여전히 행복경영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새로운 모색을 꿈꾸고 있다.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고 있는 한미글로벌의 직원(그는 직원들을 내부 구성원이라고 호칭한다)들에게 도서구입비를 지원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자기계발하라며 5시에 의무적으로 퇴근을 시키는 김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그는 서슴없이 "독서"라고 해답을 내놓았다. 산더미 같은 책에 둘러쌓인 서재이자 집무실은 그가 새삶을 꿈꾸는 창조의 공간이었다.

-CM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1979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파트건설 현장에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한국 업체들은 단순 시공만 하고 건설사업 기획부터 설계, 발주, 시공 등에 이르는 일체의 건설사업관리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업체가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CM이었는데 그때 처음 CM의 중요성에 눈을 떴지요. 그러다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를 계기로 제가 일하던 회사가 외국인 전문가에게 감리를 맡겼는데 그때 외국인 전문가들을 지휘하는 외국인 감리팀장을 맡아 일하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건설업계 종사자로서 삼품백화점 붕괴사건 같은 수치스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CM업이 한국에도 도입돼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그래서 1996년 미국의 세계적인 CM 업체 파슨스와 제휴해 우리나라 건설업계 최초의 한미 합작법인이자 국내 첫 CM 전문회사인 한미파슨스를 창업했습니다. (한미글로벌은 국내 CM분야에서 부동의 1위 기업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실시한 '2012년 건설사업관리업체의 건설사업관리능력 평가' 결과 한미글로벌은 2011년 실적 405억원을 기록해 이 분야 1위를 차지하는 등 10년째 수위를 고수중이다. 세계시장에서도 성과가 엄청난데 창립 10주년 만에 세계적인 건설 주간지인 미국의 ENR의 순위에서 세계 CM업체 중 18위(미국 제외)에 올랐고 2008년에는 16위로 순위가 뛰었다. 한미글로벌은 그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비롯 타워팰리스, 삼성동 I-Park,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등 국내 대부분의 고층건물 공사에서 CM을 맡았다.)

-책을 통한 독서경영론을 주창하셨는데요.
▲회사를 창업한 후 독서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시간은 없고 안타까웠지요. 그래서 매일 새벽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기시작하면서 회사에서도 '독서릴레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구성원 개인의 역량강화를 위해서도 독서이상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건설업계 분위기상 책을 가까이하기 어려운 실정도 저를 다급하게 했지요. 그래서 현장별로 독서그룹을 만들고 각 그룹에서 희망도서목록을 제출하면 회사가 구입하여 그룹별로 돌려가면서 읽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와 같은 독서릴레이는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특히 회사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독후감 등을 올리게하자 구성원 상호간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미글로벌은 현재에도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회사비용으로 결제해주는 식으로 독서를 장려중이다.)
-회사 휴게실 입구에 쓰여진 GWP Lounge가 무슨 뜻입니까?
▲GWP는 Great Work Place의 약자로 세계적인 컨설턴트 로버트 레버링(Robert Levering)교수가 주창한 즐겁고 행복한 직장 만들기 운동입니다. GWP운동의 취지는 구성원간에 신뢰와 자부심을 심어주어 말 그대로 행복한 직장을 만들자는 겁니다. 우리회사는 9년연속 GWP 상을 받았습니다.

-GWP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연유가 궁금합니다.
▲말레이시아에 근무할 때였는데 현지 학교에 다니던 딸이 방학이 되자 풀이 죽어 지냅디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방학이라 학교에 갈 수 없어 그렇다는 겁니다. 즉 학교가는게 더 재밌다는 얘기였지요.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학교가 집보다 더 즐겁다니 말이 됩니까? 이를 계기로 만약 내가 경영자가 된다면 집보다 더 즐거운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바탕이 돼서 바로 그 화제의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는 책을 펴냈군요?
▲그렇습니다. 출근하고 싶어 안달나는 회사, 과장하자면 유토피아 같은 직장을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일하기 좋은, 훌륭한 일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구성원끼리 서로 배려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에 앞서 회사가 구성원을 배려해야 합니다. 저는 이 같은 믿음을 가지고 종업원 지주회사를 만들었는데 제가 직원들을 '구성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실제로 김 회장은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고 전산이나 어학공부를 위해 1인당 연간 50만원가량을 지원해준다. 직원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생일축하 케이크를 자신이 직접 사인한 축하메시지와 함께 배달해준다. 한미글로벌은 이런 배려를 인정받아 2009년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책은 무엇입니까?
▲싱가포르를 선진국가로 이끈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쓴 <리콴유 자서전>과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의 길>입니다. 동남아의 조그만 도시국가로서 부패와 빈곤, 파업과 시위가 일상사였던 싱가포르를 가장 공정하고 깨끗한 선진국으로 발돋움시킨 리콴유의 불타는 애국심과 리더십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안식년을 줄 뿐 아니라 직접 솔선수범해서 안식년을 사용한다던데요?
▲회사가 어느정도 안정된 후 가만히 지난 일을 되돌아보니 너무 바삐 앞만보고 달려온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휴식을 통한 재충전을 갖기로 했습니다. 임원은 5년마다 직원은 10년마다 두달 동안씩 안식휴가를 가도록 정했습니다. 제가 먼저 창업 10년되던 해 두달의 안식휴가를 떠났습니다. 두달동안 일체 회사와의 연락을 끊고 정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50권의 책을 정독했습니다. 지난해의 두번째 안식휴가때는 설악산에 틀어박혀 1일1책 독서를 관철했습니다. (이 회사의 직원들에게 2006년부터 시작된 안식휴가는 단연 인기품목이다. 휴가를 다녀온 임직원들은 자신의 경험을 회사의 인트라넷에 올리는데 모두들 다른 사람의 휴가뒷얘기를 보며 자신의 안식휴가를 갈망한다. 최근 한 임원이 안식휴가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답사후 사보에 쓴 순례기는 최고의 인기였다.)

-출산장려운동을 편다면서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합니다. 제가 '가족친화포럼'을 이끄는 이유도 저출산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위해서입니다. 저는 신입직원 선발시 '4명 자녀 갖기 서약서'를 받습니다. 그래서 자녀 수에 관계없이 학자금을 지원하고 자녀가 3명 이상인 직원은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으며 친자녀가 아닌 입양아에 대해서도 대학까지 학비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던데요.
▲제가 직장생활하던 시절 우연히 회사의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기분좋을 수 없었습니다.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곧 행복입니다. 저희는 직원을 채용할 때 사회공헌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직원들은 매월 월급의 1%를 기부하고 회사는 그 2배를 기부하고 있지요. 직원 월급의 3%에 상당하는 큰 금액이 사회공헌에 쓰이는 셈입니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은 전 직원이 '사회공헌의 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재벌처럼 큰 기업가는 아니지만 많은 것을 이루셨는데 이제 남은 여생의 꿈은 무엇입니까?
▲일단 만 65세가 되면 회사일에서 손을 떼고 사회봉사 활동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후계자도 이미 뽑아놨지요. 저는 이미 2004년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가장 유능한 직원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직원들에게 공표했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위해 사회봉사모임인 '따뜻한 동행'과 사단법인'CEO지식나눔'도 세웠습니다.(곁눈한번 팔지않고 창업과 성공가도를 달려온 김회장의 얼굴은 곧 다가올 인생 2막에 대한 설레임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책갈피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그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한다."-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더 많이 놀고, 덜 초조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류시화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서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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