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베끼기보단 '한국式 창조' 만들라
아시아경제, 대한민국 창조경제포럼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패리시 英 창조경제 전략가 대담
-영국식 창조는 문화산업 중심, 전체 아우르는 한국엔 안 맞아
-접근법만 다를뿐 뿌리는 같아…각국의 상황맞게 수정·적용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영국식 창조경제 모델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영국의 경험을 활용하되 한국이 처한 환경에 맞게 수정·적용하면 된다."
우리 사회에 '창조경제'라는 화두가 떠올랐지만 창조경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새로운 가치에 대한 분분한 해석인 게다. 그런 가운데 창조경제란 무엇인지 나름의 확고한 관념을 지닌 두 전문가가 만났다. 영국의 창조경제 전략가 데이비드 패리시와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다. 이들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아시아경제·아시아경제 팍스TV 주최 '2013 대한민국 창조경제 포럼'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된 대담을 갖고 "영국식 창조경제의 개념을 한국에 그대로 가져다 쓰기엔 무리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각자 처한 상황과 국가별 특성에 따라 창조경제의 모델 또한 달라진다는 얘기다.
◆영국식 창조경제 VS 한국식 창조경제= 창조경제라는 용어는 지난 2001년 영국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혁신에서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해지는 경제 구조'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영화, 음악, 패션, 디자인 개발과 같은 문화산업을 주임으로 한 영국의 국가 발전전략이었다. 문화·서비스 산업에 치중된 경향이 크다.
실제로 창조경제를 관할하는 영국의 문화미디어체육부(DCMS)에서는 광고, 건축, 디자인, 필름, 음악, 출판, 소프트웨어 등을 창조산업군으로 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패리시는 "영국에서의 창조경제는 문화에 경제적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관할 부서가 경제부가 아니라 문화부라는 점이 영국의 창조경제 정책의 현주소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민화 교수는 "영국의 창조경제가 지나치게 문화·서비스 산업으로 (집중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군에서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특정 산업을 별도로 창조산업군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화콘텐츠산업에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이 덧붙여진 형태다. 여기서 양국간 창조경제 모델에 근본적인 차이가 생긴다.
이 교수는 "영국은 문화를 중심으로 한 창조산업을 바탕으로 하고 한국은 별도의 창조산업을 정의하지 않았다는 큰 차이가 있고 관할 부서도 각각 문화미디어스포츠부, 미래창조과학부"라며 "둘의 개념차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패리시는 학문적 카테고리와 접근법이 다를 뿐이라고 해석했다. 창조성의 시작을 예술·미술·디자인과 관련된 'A 창조성'에 둘 것인지, 아니면 모든 산업군으로 개념을 확장할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다. 패리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접근법이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영국에서의 창조성은 A 창조성에 가까워 기회가 제한되는 반면 더 큰 개념으로 확장한다면 모든 사업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식 창조경제 참고하되 한국식 모델 만들어야"= 한국은 영국과 달리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독일과 비슷하다. 영국은 서비스, 그 중에서도 금융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2007~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영국의 창조산업 성과가 급격히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남동잉글랜드지역개발청(SEEDA)은 지난 2007년 때의 창조산업 고용 수준을 회복하려면 2020년이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분석할 정도다.
이 교수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독일에 비해 영국이 더 침체됐는데 영국은 문화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면서 "영국의 창조산업 육성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패리시도 이 교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영국 경제는 옛날과 달리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고 대부분의 창조기업은 문화·서비스 분야에 속해있다"면서 "영국이 제조업이 튼튼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고 있는 독일, 한국처럼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조산업의 하락은 창조경제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경기 하락과 맞물린 결과인 만큼 경기가 회복되면 좋아지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영국식 창조경제 모델을 참고하되 한국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이 교수는 "어떤 나라든지 창조경제 모델은 각국이 처한 정치, 경제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영국이 창조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창조경제라고 정의했다면 우리는 여기에 ICT 등을 접목한 확장된 개념이라 영국식 모델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식 창조경제는 일종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가리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패리시도 "창조산업이 프랑스에서 시작했다면 외식산업도 창조산업군에 포함됐을 것"이라며 응수했다. 그는 "영국의 경험을 이용해 각자 환경에 적용하고 고치면 된다"면서 "한국 나름의 창조경제 방식으로 성공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대담자 프로필>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벤처 전설'에서 '창조경제 전도사'로=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벤처계의 전설'로 불린다. 지난 1985년 초음파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기기 벤처기업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을 창업한 대표적인 벤처 1세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30여개 의료 전문회사의 설립을 이끌었다. 지난 1995년에는 벤처기업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코스닥 설립, 스톡옵션 제도 도입, 실험실 창업제도 등 수많은 벤처 정책을 입안해 벤처 생태계를 다졌다.
이후 '창조경제 전도사'로 변신했다. 지난 200년 '창조경제연구회'를 설립하고 최근 '창조경제'를 펴내는 등 일찍이 창조경제를 주창해왔다. 현재는 카이스트 초빙교수,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패리시 창조경제 전략가…창조기업 경영 컨설턴팅의 대가= 데이비드 패리시는 영국의 창조경제 전략가이자 국제적인 기조연설자다. 또 창조경제, 창조경영 등 창조기업 경영 컨설턴트로 20년 이상 활동해왔다. '티셔츠와 양복'(T-Shirts and Suits: A guide to the business of Creativity)이 창조경제와 관련된 대표적인 저서다. 이 책에서 패리시는 창조성을 예술·미술·디자인과 연관된 'A창조성'과 혁신·독창성의 'I창조성'으로 나눈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여기서 티셔츠는 창조성을, 양복은 똑똑한 비즈니스적 사고를 의미한다.
패리시는 현재 기업가들에게 경영 컨설팅을 해주며 그들의 창조성이 발현도록 돕는다. 개인적인 경험, 가치, 창조성, 비즈니스에 대한 관점으로 통찰력 있는 조언을 해준다. 창조기업이 성공하려면 창조성과 비즈니스를 통합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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