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창조경제, 보여주기식 '쇼' 아니다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기자가 살고 있는 집은 365일 엉망진창이다.46개월 된 딸아이가 가지고 놀다 던져 둔 뽀로로 인형에서 엄지 손톱만한 네고 장난감, 색종이, 가위, 풀, 동화책, 계산기, 마이크, 로보카 폴리, 색연필, 스케치북, 크레파스, 심지어 밥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난장판이다.
퇴근 후 치우기를 수십여 차례. 하지만 아이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 순식간에 집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누가 이렇게 했어"라고 물으면, "내가"라는 짧은 답만 돌아올 뿐, 하시고 계신 놀이에만 집중한다. 다 놀고 난 후 치워야 한다는 기자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하루는 참다못해 소리를 지르며 야단을 친 일이 있다. "어지럽히지 말고 놀아"라고 말이다. 아빠와 딸 사이에 한냉전선이 형성되자, 아이 엄마가 나섰다.
"애들 이렇게 놀아야 창의력이 생겨, 뭘 알기나 해"라고 말이다.
기자가 "뭐, 창의력"이라고 반문하자, 집사람이 "그래, 창의력"이라고 쏘아붙였다. 아이 놀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보니 집사람 말도 맞는 것 같다.
기자의 눈에는 집안 전체가 말그대로 혼돈 그 자체인데, 아이는 자신이 필요한 것을 두리번두리번 찾아 손에 쥔다. 싫증이 나거나 필요없는 것은 손에서 놓아버린다. 그리고 다시 이곳저곳을 살피며 필요한 것을 찾는다.
한참을 지켜보니 아이는 이런 행동을 되풀이하며, 자신만의 창조적 세계에 빠져 있는 듯 했다. 집사람 말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정리ㆍ정돈된 곳에선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정돈된 곳에선 사람들이 획일화되기 쉽다. 이런 곳에선 행동이나 말뿐만 아니라 사고 역시 정형화되기 쉽다.
다음주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된다. 4개월간 정부 부처는 물론 학계, 재계 모두 혼란과 혼돈의 시간을 보냈다. 바로 박 대통령이 국정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때문이다.
무엇이 창조경제이며, 창조경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창조경제가 되는지 혼란스러워했다. 창조경제를 실행에 옮겨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재계가 특히 더 난감해 했다.
창조경제의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재계가 혼돈상태라는 것, 정돈된 틀에서 벗어나 혼란이라는 난장판에 몸을 담궜다는 것만으로 창조경제는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혼란과 혼돈이라는 멍석을 깔아줬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비전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다만 기자가 딸 아이에게 한 무지한 행동처럼 기존 틀에서, 정해진 범위내에서, 일정한 규칙(정리ㆍ정돈)을 강요하거나 지시한다면 정부와 재계간에 냉기류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재계 역시 '앞으로 5년만 참으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를 버리고, 진정 미래 먹거리에 대해 고심하고 고민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창조경제는 창조경제가 아니다. 그것은 '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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