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 출산휴가 22.5% … 장시간·저임금 노동 여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교사 이모(34)씨는 지난 3월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두 달만에 스스로 사표를 냈다. 이씨가 근무하는 어린이집의 원장이 "나중에 얼마든지 재취업할 수 있지 않느냐"며 사실상 사직을 종용했던 것. 이씨는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내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는 오히려 제약이 많다"며 "출산 후에도 근무하는 어린이집에 아이와 함께 등원할 수 없어 자신의 아이는 다른 어린이집에 맡기고 본인은 남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영·유아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출산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별관에서 '보육공공성 증진 및 보육노동환경 개선 토론회'를 갖고 '보육교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어린이집 보육교사 16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보육교사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8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 8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많았다. 특히 보육교사의 81.8%가 보육, 행사준비, 수업준비 등을 이유로 초과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가정 어린이집이 9.2시간으로 가장 짧았으며 직장·국공립 어린이집(9.6시간), 민간 어린이집(9.7시간), 법인 어린이집(10.8시간) 순이었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보육교사는 전체의 22.5%에 불과했으며 특히 민간 어린이집에서 출산휴가를 이용한 경우는 23.0%, 가정 어린이집은 14.7%로 사실상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보육교사의 41%가 임신·출산을 한 경우 "스스로 일자리를 떠난다"고 답변했으며 "암묵적인 퇴사 압력"(9.9%), "퇴사시킨다"(8%)고 답한 교사들도 있었다.


보육교사의 평균 월급여는 112만원이었으며 전체의 90% 정도가 140만원 미만을 지급받는 것으로 집계돼 장시간 노동에 비해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집 유형별로는 국공립 보육교사 평균급여가 153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가정 어린이집이 101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특히 응답자의 67.1%는 급여명세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직원이 출산휴가, 연가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 한시적으로 보육 업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교사제도 활용도의 경우 민간 어린이집이 24.8%로 가장 낮았고 직장 어린이집이 65.2%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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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문 조사는 인권위가 김연아동발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8월21일부터 12월20일까지 진행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 아동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인권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육제도의 정책적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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