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 A군은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해 청소년 쉼터로 들어갔다. A군의 아버지는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으며, 10년 전부터 수급권자로 지정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버지는 A군에게 쉼터를 나오라며 설득했지만 아들의 의지는 완강했다. 재차 아버지가 쉼터를 방문했을 때 A군은 "일을 하며 혼자 살겠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폭행을 휘둘렀다. 쉼터에 아버지가 털어놓은 속내는 아들이 일을 하게 되면 수급권이 정지되고 치료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A군은 집으로 복귀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A군에게 일 하는 대신 월급의 80%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A군은 이를 받아들이고 보호자 동의서를 얻어내 중기보호 청소년 쉼터로 입소했다.


#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B군은 6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B군이 2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고기잡이배를 타는 아버지는 직업 특성상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다. B군은 아주 어릴 적부터 집에서 혼자 지내기 시작했고 아버지가 집에 놓고 간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부터다. 아버지도 이에 대해 나무라지 않았다. 더욱이 이렇게 홀로 방치된 B군의 상황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14살 때 스스로 쉼터를 찾아갔다.

가출 청소년들의 사연 중에서도 부모와의 갈등만이 아닌 빈곤과 폭력 등의 이유로 집을 나온 '생존형 가출' 사례다. 부모의 방임과 학대로 가정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어 '홈리스 청소년'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집을 나오게 되면 당장 의식주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비합법적인 활동에 쉽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생존을 위해 남자는 절도, 강도, 구걸을, 여자는 성매매 등에 유혹되는 게 상당수라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부모의 방임으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자신의 나이대에 맞는 지적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거나 영양과 건강 상태가 부실한 경우 등 복합적인 위기에 처해있다.

박은령 한서대학교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는 "가출의 원인이 부모의 학대나 방임 같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면 가정복귀에 초점을 두고 다룰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생존권과 보호권이 보장되는 안전한 생활과 교육, 취업의 기회를 갖게 해 독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의 청소년을 시설로 연계하는 활동은 지자체와 민간단체에서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인력과 자원에 한계가 있다. 전국 청소년쉼터 103곳 역시 가출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지원 등 역할에는 같은 이유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김경희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은 "쉼터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며 "시설이 기관과 지자체와 연계돼 가출청소년들에게 의료, 교육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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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시설을 퇴소한 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해 현실적인 지원책도 요구된다. 장기 쉼터의 보호기간인 최대 3년을 모두 채우거나 실제 성인 나이인 만 19세가 지나면 쉼터에서 살았던 가출청소년은 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박현동 의정부시이동청소년쉼터포텐 소장은 "쉼터를 퇴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자립지원관 설립'의 신속한 추진과 쉼터 퇴소자들을 위한 장기임대주택 제공 같은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청소년자립지원관을 지원키로 발표했지만 관련 예산은 아직까지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청의 가출청소년 신고접수현황에 따르면 2007년 1만8636명이었던 가출청소년은 2011년 2만9281명으로 1만명 넘게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만8996명으로 3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학계에서는 미신고건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가출청소년을 연간 10만~15만명으로 추산한다. 이 중 10~20% 정도가 고위험군 위기 청소년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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