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차단 50일]직원도 바이어도 떠났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힘들다 말하기도 지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개성공단 입주기업인 A사는 출입차단 이후 직원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최근까지 3분의 1이 퇴사했다. 나머지 직원 20여명은 일거리가 없어 대기중인 상태. 공장도 휴업에 들어간 지 오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인 B씨는 개성공단 출입 차단으로 자금압박이 심해지자 최근 은행을 찾았다. 정부가 민간은행들을 통해 3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해주겠다고 했으니 부족한 자금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창구직원은 B씨에게 담보가 있으면 연 3.5%에 빌려주겠지만, 없으면 4.5%를 내라고 요구했다. 개성공단 기업이라고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
23일부로 개성공단 출입이 차단된 지 50일을 맞았지만 개성공단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입주기업들은 직원들이 퇴사하고 거래처가 모두 끊기는 등 경영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기업에서 일하다가 귀환한 임직원들은 대부분 휴직중이며, 일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아예 퇴사한 경우도 있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일부는 휴직을 하고 적지 않은 인원들이 퇴사했다"며 "아무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월급을 주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사장들 역시 '명분은 있지만 인간적 문제 때문에 고민 중'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다른 대표는 "공장이 안 돌아가니 속으로는 퇴사를 시키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도 있고 해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안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50일씩이나 이어진 교착상태를 타개하려 자금을 빌리려 해도 좋은 조건의 대출이 많지 않다는 반응이다. 기자재 납품회사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은행에 가니 결국 담보를 요구하더라"며 "은행은 돈놀이 하는 곳이고 결국 장사꾼이라는 생각이 들어 돈을 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관계자는 "직원 월급도 제때 못 주는 기업들이 어떻게 매월 수 백 만원의 이자를 감당하며 돈을 빌리겠느냐"며 꼬집기도 했다.
일부 대표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업체를 운영중인 한 대표는 "일부 대표들은 정부가 폐쇄인지 정상화인지 확실히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아예 폐업하고 싶다고 하기도 한다"며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원부자재와 반제품들을 물어줄 생각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이 5월 3일 김호년 관리위 부위원장에게 원·부자재, 완제품 반출 협의 의사를 표명했을 때 이를 기업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좀 더 기업인들의 입장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국내 바이어들도 대부분 떠났다. 일부 바이어들은 개성공단 기업의 딱한 사정은 아랑곳없이 원부자재와 반제품 등을 돌려달라고 압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의류업체들을 상대로 영업했던 개성공단 기업 대표는 "(거래를)다 끊고 떠난 지 오래됐다"며 "올 겨울까지 오더(주문)하나 남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공단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예전 수준을 되찾지는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개성공단 기업 사장도 "일부 바이어들은 나름대로 이해를 해 주면서 '나중에 보자'고 하는데, 슬슬 피해보상 이야기가 나온다"며 "왜 우리 물건을 주지 않느냐며 압박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방북도 무산되면서 입주기업 대표들이 더욱 좌절하고 있다. 개성공단 관계자는 "50일째 이어지는 차단에 기업들만 속을 썩이고 있다"며 "당국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날짜는 가고 진도는 안 나가 점점 지쳐가기 시작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개성공단 기업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3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여 북한의 방북 승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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