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천문연구원과 국립중앙과학관 등이 주최한 제21회 천체사진 공모전의 시상식에 눈에 띄는 수상자가 참석했다. 학생부 부문에서 수상한 고등학생이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참석해 수상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과거 수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 별을 보러 전국의 이곳저곳을 여행했다는 얘기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
우리나라 천문 역사의 시작은 신라시대로 알려져 있지만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의 흔적을 살펴보면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조상들의 우주를 관찰하는 지혜를 이어 국내 천문학 관련 연구원들은 별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연구에서부터 이런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대형 관측 장비의 개발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현대 천문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천문학계에는 두 가지의 근원적인 의문이 있다. 하나는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이 의문은 우주가 만들어진 직후 태초의 빛을 관측함으로써 그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로부터 출발한 빛은 천체망원경을 통해서 관측된다. 일반적으로 천체망원경은 빛을 모으는 렌즈 역할을 하는 반사경의 크기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데,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최대 구경의 천체망원경은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 위치한 직경 10m의 켁(Keck) 망원경이다. 하지만 이처럼 큰 망원경도 태초의 빛을 관측하기에는 구경이 작아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인류는 더 큰 망원경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중 거대 마젤란 망원경이라고 이름 지어진 망원경은 직경이 25m로 기존 켁 망원경보다 빛을 모으는 능력인 집광력이 6배 이상 뛰어나다.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해 카네기재단과 애리조나 대학 등 미국과 호주의 10개 기관이 힘을 합쳐 개발 중인 이 망원경은 2019년께 칠레 안데스 산맥에 완성돼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0배 이상 어두운 천체를 10배 이상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주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은 과연 지구 외에 생명이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에만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개 정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우주에는 이러한 많은 별을 가진 은하가 또 1000억개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 생명이 존재하는 천체는 지구가 유일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미 우리 태양계 말고도 다른 별을 도는 행성은 500여개 이상 발견됐고 특히 최근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외계 행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마도 수십 년이 지나기 전에 지구 외의 생명체나 생명의 흔적을 발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과학은 정확한 사실과 근거에 입각해서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외계 생명에 관해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근원적인 의문에 과학으로 답하기 위해 국내에서 외계 행성 탐색 전용의 망원경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우리 은하를 자세히 관측할 수 있는 호주와 칠레, 남아공 등에 천체망원경을 설치하면 지구 자전에 따른 밤낮의 변화를 극복해 24시간 연속해서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이미 예상수명이 지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그 역할을 다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진행 중인 외계 행성 탐색 연구가 그 임무를 이어받을 것이다.
천체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한 학생이나 그 또래의 미래 천문학자들은 현재 건설 중인 거대망원경이나 외계 행성 탐색용 망원경을 실제로 활용할 세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밤하늘을 감상하는 것처럼 천문학 연구는 세대를 아우르는 자연과학이며 동시에 인문과학이다.
한석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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