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악화·ECB 기준금리 인하·대통령 방미까지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다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의 압박을 빼고도 안으론 산업생산이 악화됐고, 밖으론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대통령을 수행해 방미 중인 것도 장외 변수다. 금리 인하 압박이 지난 달보다 거세졌다.


김중수의 '금리 데이' 이번엔?… 인하 압력 4월보다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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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금통위에서 김 총재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금통위원들은 거센 금리 인하 압박 속에 3대 3으로 갈라졌다. 결국 김 총재의 한 표가 금리의 방향을 정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3명의 위원이 0.25%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추자고 주장했다. 하성근·정해방·정순원 위원이 금리 인하에 한 표를 던졌다.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낸 정해방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천했다. 정순원 위원은 대한상의 회장이 추천한 기업인 출신이다. 이달에도 해당 위원들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나란히 기준금리를 내렸다. ECB는 지난 2일 10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0.75%였던 기준금리를 0.5%로 낮추면서 "필요하면 추가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오래 전 제로금리 시대를 연 미국과 일본은 돈 살포에 한창이며, 영국과 러시아도 곧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흥국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3일 7.5%였던 기준금리를 7.25%로 0.25%포인트 조정하면서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를 내렸다. 벌써 네 차례나 금리를 낮춘 헝가리 외에 폴란드와 터키도 금리를 인하했다.


인도 델리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현장에서 만난 김 총재는 "우리나라는 (기축통화를 가진)미국이나 일본과 입장이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신흥국마저 금리를 내려 이런 주장엔 힘이 빠진 게 사실이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3월 실업률이 7.5%로 0.1%포인트 떨어졌지만, 실업률 통계를 잡을 때 제외되는 구직 포기자가 늘어 수치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서도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산업생산 지표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 집계 결과 전(全)산업생산은 한 달 새 2.1%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한 지표도 0.9% 감소세였다.


김 총재는 '안팎의 여건이 금리 인하를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시장에선 이 달에도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월 금리 동결의 당위성을 언급한 발언이 힌트라고 판단했다.


김 총재는 5일 인도 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면서 "0.5%포인트는 굉장히 큰 숫자"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어 "우리가 (기축통화를 가진)미국이나 일본도 아닌데 (인하폭이 충분하지 않다면)어디까지 가라는 것이냐"면서 여전히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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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엔저의 영향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환율의 방향은 점치기 어렵다"면서 엔화 환율이 같은 속도로 계속 떨어질 수는 없다는 심중을 내비쳤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리서치본부장은 "기대에 못미치는 지표도 나왔지만, 1분기 성장률이나 여러 순환지표 등 경제적인 측면만 두고 본다면 이달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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