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지도발땐 한미공동대응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미 양국이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할 경우 연합전력을 사용해 응징하는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도발양상을 세분화해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타격한다는 계획이다.
24일 군당국에 따르면 "정승조 합참의장과 제임스 D.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22일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계기로 이미 국지도발대비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한뒤 그해 12월 8일 공식발표했다. 발표당시 한민구 합참의장과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서울에서 '한미 합참의장 협의회'를 갖고 국지도발에 대비하기로 했다. 전면전에 대비한 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이나 국지도발에 대비한 한국군의 작전계획은 있지만 공동계획은 없었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작성된 내용에 대한 최종 정리와 보완이 이루어졌다"며 "정리과정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도 고려돼서 최종적으로 계획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당초 지원·지휘세력까지 타격한다는 우리 군의 작전개념을 한미 공동 작전계획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해 과도하게 보복공격을 하면 확전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제시했고 우리측은 도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응징해야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응징범위에 대한 한미 간의 온도차는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행위를 계기로 좁혀졌고 결국 미국은 우리 군의 작전개념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주도-미군 지원' 하에 연합 전력으로 대응 = 이번 국지도발대비계획은 '한국군 주도-미군 지원'의 원칙 하에 한미가 공동으로 평시 도발에 대비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청와대의 유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계획에 대해 "북한의 평시 국지도발에 대한 한미 공동대응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최상의 조치다. 여기서는 분명히 우리 대응은 자위권 범위에서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하면 한국군이 우선 대응하고 미군이 개입 여부와 관련해 우리측과 협의했으나 앞으로는 국지도발대비계획상의 절차에 따라 미군의 개입이 이루어지게 됐다.
합참 관계자는 국지도발 때 미군의 지원 여부에 대해 "기존에는 미측의 판단으로 했는데 이제는 우리의 요청에 따라 지원하게 됐다. 요청조건이 맞으면 거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군 전력을 지원받는 절차는 합참과 주한미군 작전부서 간 협의로 결정하도록 했지만 사실상 북한의 도발 때 미군이 자동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미군 전력에는 주한미군의 항공·포병전력을 비롯한 주일미군, 태평양사령부의 전력까지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北 주요 도발유형 수십 가지로 정리= 한미는 북한의 주요 국지도발 유형을 수십 가지로 정리하고 도발 유형에 따른 대비 계획을 세부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도발유형에는 ▲군함 등을 동원한 북방한계선(NLL) 침투 ▲서북도서 등에 대한 포격도발 ▲저고도 공중침투 상황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국지적 충돌 ▲잠수함을 이용한 우리 함정 공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주요 국지도발 유형을 수십 가지로 분류하고 해당 유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부국면을 정리했다"며 "우리 군이 가장 이른 시간에 강력하고도 정확하게 응징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이 계획에 서명한 직후 "북한이 실제로 도발했을 때 강력히 응징해 도발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드는 의미가 있다"며 "오늘 계획은 그러한 내용들을 하나의 문서로서 결정하고 보장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먼 사령관도 "이런 계획을 수립한 것 자체가 북한의 도발위협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 계획을 통해 어떠한 북한의 도발에도 신속하게 (한미가) 공동으로 대응한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자위권 행사 정당화= 한미가 서명한 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의 기본 정신은 한국군의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과 북방한계선(NLL),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국지도발하면 한국군이 일차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충분하게 응징하도록 양해가 이뤄졌다는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위권을 보장한 국지도발 대비계획과 유엔사 교전규칙(AROE:Armistice Rules of Engagement)이 서로 상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비밀문건으로 관리되는 AROE는 남북한 교전 사태가 발생할 때 확전을 막고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집안 사정으로 비유하자면 가정의 구성원인 한 개인이 다른 가정의 개인과 시비와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집안끼리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자는 게 AROE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국지도발 대비계획과 AROE가 상충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우리 군의 자위권 행사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데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자위권 행사 범위에 포함했고 이번에 서명한 계획에도 이런 원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대응은 자위권 범위에서 할수 있도록 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을 우려한 듯 미측은 실무 논의 과정에서 북한 도발에 따른 한국군의 응징시 반드시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에 명시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의 대북 응징 계획과 범위를 사전에 통보해달라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미측의 주장대로 이 계획에 공동대응을 위한 사전 협의 절차가 명문화됐다. 한미는 유엔사 교전규칙이 한국군의 작전을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되자 교전규칙을 기존 동종(同種), 동량(同量)의 무기사용 기준에서 '적의위협과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응징 무기의 종류와 규모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보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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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자위권 행사와 관련, 국제법적으로 자위권이란 용어는 외국으로부터의침해에 대해 자국의 권리와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취할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긴급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다른 나라의 권리를 침해하더라도 국제법상 적법한 권리로 인정받고 있다.
유엔헌장도 이런 자위권을 유엔 회원국의 고유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헌장 51조는 "회원국에 대해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유엔의 어떠한 규정도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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