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경기지표, 봄이야 겨울이야
"혼란스러운 지표, 바닥의 증거"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정국이 혼미한데 경기지표마저 엇갈린다. 수출이 어렵다는데 경상수지는 12개월 연속 흑자다. 수요 위축과 소비 회복을 말하는 보고서가 시간차로 나온다. 헷갈린다.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봄일까, 겨울일까.
해빙을 말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2월 말 나온 '1월 국제수지' 잠정치다. 연말 물량 밀어내기 등의 영향으로 1월은 대개 수출 환경이 나쁘지만, 올해 흑자액은 22억5000만달러로 예상을 웃돌았다. 지난해 1월 경상수지가 9억7000만달러 적자였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다.
경상수지 흑자를 이끈 건 수출이었다. 자동차와 IT기기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수출을 뒷받침했다. 1월 통관기준 자동차 수출액은 38억5000만달러로 전년동월보다 23.6% 증가했다. IT기기 수출도 28억5000만달러로 20.5% 늘었다. 덕분에 1월 수출액은 471억4000만달러로 전년동월보다 13.9% 급증했다.
수출 증가세는 해외 시장의 봄기운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해 12월 마이너스를 보인 미국(21.3%)과 일본(6.9%), 중동(4.2%) 지역 수출증가율이 크게 개선됐다.
국내에선 대형소매점 판매액이 소비 심리 회복세를 알렸다. 지난해 4분기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1년 새 2.5% 늘었다. 혹한으로 방한복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기업들의 1월 설비투자지수도 소폭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본 지방경제 사정도 나아졌다. 전국 12개 지역본부의 지역통계와 700여개 기업·기관들의 의견을 종합해 "지방 경기 부진이 종전보다 완화되고 있다"고 총평했다. HSBC도 4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제조업 경기가 나아져 금리 인하 필요성 줄었다"는 의견을 냈다. 증권가에선 섬유·의복 같은 경기민감주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경기 회복세에 무게를 싣는 의견들이다.
반면 '아직도 한겨울'이라 말하는 지표들도 있다. 한은의 '2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선 6개월 뒤 수입이 지금보다 줄어들 것으로 본 가구가 늘었다. 소비지출도 지금보다 줄일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아졌다. 경제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2로 기준점을 웃돌았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가계수입 전망이나 소비심리는 지난 달보다 악화됐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금액 증가율도 1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경기 둔화로 씀씀이를 줄인 소비자가 늘었다.
체크카드를 포함한 카드 이용 건수는 16.9%, 이용 금액은 5.3% 늘었지만 증가세는 주춤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 증가율은 2011년 9.5%에서 지난해 3.6%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체크카드 이용금액 증가율도 34.1%에서 19.3%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건당 카드 이용금액도 줄어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2011년 5만5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체크카드 결제금액은 3만7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감소했다.
1월 수출의 일등공신이었던 자동차 업계도 2월 들어선 울상이다. 국내 완성차 5사의 자동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5.6% 줄었다. 1월과 비교하면 13.8%나 줄어든 규모다. 현대와 쌍용차 외에 기아차와(-14.5%), 한국지엠(-7%), 르노삼성(-31.6%) 모두 판매 대수가 크게 줄었다. 특히 내수 부진이 심각해 5개사의 내수 판매가 1년 새 12.5% 감소했다.
이렇게 수요가 줄면 물가는 떨어진다. 성장세 둔화를 보여주는 신호다. 소비자 물가는 넉 달째 1%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안정세를 넘어선 저물가다. 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2% 아래에 머문 건 환란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던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비슷한 시기 봄과 겨울을 함께 말하는 지표들을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현욱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경기 변동기엔 중립적인 지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 했다. 김 실장은 "반짝 오른 지표를 읽을 땐 비교 시점의 지표가 나빠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아 보이는 기저효과를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좋고도 나쁜 요사이 경제 지표는 지금이 우리 경제의 '바닥'임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지금은 특별히 반등할 동력도, 더 이상 추락할 요인도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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