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에 오르는 최고경영자(CEO)로선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CEO로서 연임의 길을 걷거나 새로 CEO로 발돋움하는 임원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나도는 말이 있다. 이른바 CEO로서 하면 안 될 네 가지. 새로 CEO로 등극하는 이나 자리를 보전하는 이나 바로 이 '하지 마 시리즈' 네 가지를 명심하고 지켜야 장수한다는 것이다.
둘째, 오너와 함께 창업했다고 하지 마라. 설령 그 기업을 처음 일굴 때 동고동락한 것이 사실이라도 이를 여기 저기 떠벌리고 다니면 창업자가 싫어한다. 오너에게 창업자는 오로지 자기 혼자이며 나머지는 전부 고용인일 뿐이다.
셋째,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의외로 작은 일에 연연하는 CEO가 적지 않다. 그 대표적 사례가 주말이나 공휴일 집 근처에서 마누라 등 식구와 밥 먹고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을 영수증 처리하는 것이다. 비서가 알아채고, 경리 직원들이 웃는다. 이런 쪼잔한 일에 자리를 이용하다간 결국 감사에 걸려 제 임기도 못 채운다.
존경받는 CEO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라기보다 무탈하게 연명하기 위한 얄팍한 처세술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마저 지키지 못해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조직에 부담을 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랏일 하는 데 쓰라는 특수업무경비를 집안일 하는 데 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네 번째 금기사항, 사소한 것에 목숨 걸었다가 망신당한 경우다.
상장사 주총이 한창일 무렵인 2월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CEO가 해선 안 될 네 가지는 새 정부 총리나 장관들에게도 통한다. 내각을 구성하는 초대 CEO로서 지켜야 할 처세술이자 이들을 임명하는 대통령의 용인술과 리더십이기도 하다. 총리나 장관이나 2인자인 척, 대통령과 각별한 척 해선 안 된다. 취임하자마자 성과를 내려고 정책을 무데뽀로 밀어붙여서도 곤란하다.
정치사회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 것일까.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에 즈음해 CEO가 해선 안 될 네 가지에 여성 CEO 밑에서 살아 남기 위한 '하지 마 시리즈' 세 가지가 추가됐다. 첫째, 직언은 두 번 이상 반복하지 마라(듣기 싫은 소리를 계속하면 언짢아한다). 둘째, 윗분을 화나게 하지 마라(한 번 삐지면 오래 간다). 셋째, 용모를 흐트러뜨리지 마라. 남성 CEO에 비해 세심하고 완벽을 추구하면서 비판받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드는 여성 CEO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함께할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첫 CEO로 과연 누가 임명되고 어떤 자세를 보일까.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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