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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마쓰이, '고질라' 재현 왜 어려웠나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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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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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시즌을 앞두고 마쓰이 히데키는 무릎 재활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시범경기 출장을 자제하면서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그해 양키스의 홈은 뉴양키스타디움으로 바뀌었다. 조 지라디 감독은 4월 6일 볼티모어와 역사적인 개장경기에 마쓰이를 4번 타자로 출장시켰다. 마쓰이는 7회 크리스 레이로부터 투런 홈런을 빼앗으며 믿음에 보답했다. 이후 자리는 지명타자로 고정됐다. 지라디 감독은 마쓰이가 수비를 병행할 경우 무릎 부상이 재발할 것이라 여겼다. 한편으론 타격에만 집중해도 제 몫을 해낼 것이라 믿었다.

마쓰이는 그해 142경기에서 타율 2할7푼4리 28홈런 OPS 0.876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홈런. 하지만 얼굴은 기쁨과 거리가 멀었다. 10월 4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그는 “부상자명단에 오르지 않고 시즌을 보내 만족스럽다”면서도 “낮은 타율을 반성해야 한다. 28홈런도 칭찬을 받을만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이어진 가을야구에서 마쓰이의 활약은 뜸했다. 미네소타와 디비전시리즈 타율은 2할2푼2리. LA 에인절스와 AL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배트는 2할3푼8리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와 월드시리즈는 달랐다. 타율 6할1푼5리 3홈런 8타점 OPS 2.027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가장 빛난 건 11월 4일 홈에서 펼쳐진 6차전. 2회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뽑아내더니 3회 2타점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5회에는 J.A 햅에게서 2루타를 빼앗기도 했다. 이날 올린 6타점은 월드시리즈 한 경기 최다 기록과 타이였다. 양키스타디움의 5만여 관중이 그를 향해 “MVP”를 연호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다시 한 번 영웅으로 거듭난 마쓰이. 그는 양키스에서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했다.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앤디 페티트, 쟈니 데이먼 등과의 재계약이 최우선”이라며 결별을 통보했다. 결국 마쓰이는 뉴욕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긴 채 양키스와 인연을 정리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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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선수인생은 저니맨에 가까웠다. 2010년과 2011년 각각 에인절스와 오클랜드에서 뛰었고, 지난 시즌엔 5월 29일이 돼서야 템파베이 유니폼을 입고 빅 리그에 섰다. 선수단 내 입지는 양키스 때와 판이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템파베이 단장은 “주어진 기회는 100타석뿐”이라며 마쓰이를 압박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103타석에서 타율 1할4푼7리 2홈런 OPS 0.435를 남긴 마쓰이는 7월 25일 지명 할당됐다.
거포로 남지 못한 고질라

마쓰이는 메이저리그에서 10년 동안 175홈런을 때렸다. 일본에서 10년 동안 뛰며 기록한 332개의 절반 수준이었다. 마쓰이는 일본에서 정확성과 장타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였다. 타율 3할4리 OPS 0.996의 통산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 역대 최고 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후루타 아쓰야는 다음처럼 회고한 바 있다.

“마쓰이의 장점은 파워가 아니다. 타격기술이 빼어나다. 특히 바깥쪽 공을 잡아당겨 오른 담장을 넘기는 능력이 탁월하다. 상대 배터리의 볼 배합을 읽고 게스히팅을 하는데 적중률이 꽤 높은 편이었다.”

미국과 일본 기자들이 그간 마쓰이에게 집요하게 물은 질문이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홈런이 크게 줄어든 이유다. 그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마쓰이는 2009년 1월 1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사히신문이 마련한 우에하라 고지(보스턴)와 신년대담이었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나 메이저리그 공인구인 롤링스 공은 일본의 공인구보다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도 일본보다 넓은 편이고. 나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에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에 맞는 스윙을 해야 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날아드는 공은 일본과 차원이 다르다. 빠른 구속만이 아니다. 변화구의 떨어지는 각도 무척이나 날카롭다. 무엇보다 나는 직구에 애를 먹었다. 똑바로 날아오는 공이 거의 없더라. 공 끝 움직임이 대부분 지저분했다. 다시 말해 처음 보는 공이 무척 많았다. 특히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직구는 무척 치기 어려웠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 전년도 사이영상 수상자인 배리 지토를 상대한 적이 있다. 그의 공은 야구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공은 빠르지 않았지만 직구와 변화구(커브) 모두 춤을 췄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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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고백은 2009년 11월 아사히TV와 인터뷰와 2011년 11월 스포츠잡지 넘버와 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홈런이 줄어든 주된 원인은 내가 오른손잡이 왼손타자란 점에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바깥쪽 공 공략을 위해 당겨치기가 필수다. 평소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나는 왼 손목의 힘이나 활용이 왼손잡이에 비해 떨어진다. 이를 키우려고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식사하는 손도 왼손으로 바꿨고.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바깥쪽 공을 무리하게 끌어당기다 보니 1-2루 사이 땅볼이 많이 나왔다. 결국 2004년부터 바깥쪽 공에 대한 철칙을 세웠다. ‘칠 수 없는 공은 포기하자’였다. 스윙도 왼팔을 최대한 몸에 붙여서 했다. 레벨스윙에 가까운 스윙 궤적에 땅볼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잘 맞은 타구가 자주 라인드라이브로 뻗었다. 2~3년차 때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한 건 이 때문이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비거리를 어떻게든 오른 담장을 넘어갈 만큼 늘리고 싶었다. 그 과정을 겪으며 홈런보다 타점이 더 중요하단 생각을 했다.”

“2009시즌 28홈런을 때린 건 그 때가 돼서야 투수들의 볼 배함과 궤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타격스타일도 바꿨었다. 바깥쪽 공을 포기하고 철저하게 몸 쪽 공을 노렸다. 시즌이 중반쯤 되자 상대 수비시프트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더라. 돌이켜보면 2009년이 일본시절과 가장 유사한 타격을 한 것 같다. 무릎 상태가 아쉽긴 했지만. 사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많은 홈런을 생산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직구에 대한 몸의 반응이 무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넘어갔다!’ 싶은 타구 수가 확실히 적어졌다.”

④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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