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서 먹는 반찬가게'는 1979년부터 사이치를 경영해 온 사토 게이지 사장이 직접 경영 비결을 풀어놓은 책이다. 원래 사이치는 사토 사장의 할아버지가 시작한 조그만 상점이었다. 일용품과 잡화, 관광 기념품 따위를 팔았다. 존폐의 위기에 허덕이던 가게는 사토 사장에 이르러 변신을 시도한다. 출발이 된 것은 반찬이었다. 슈퍼마켓에서 반찬을 팔지 않던 30여년 전부터 사토 사장은 직접 만든 반찬으로 수익창출을 꾀한다. 현재 반찬은 사이치의 전체 매출 50%를 차지하는 효자품목이다. 보통 슈퍼마켓에서 반찬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그친다. 반찬이란 대개 만들기 까다로운 데다가 재고율과 폐기율도 높다. 그러나 사이치는 정반대의 성공을 일궈냈다. 영역확장을 꾀하는 기업들이 일본 각지에서 사이치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찾아오는 까닭이다.
품질관리에 있어서도 작은 가게만이 발휘할 수 있는 꼼꼼함을 보여주고 있다. '주부가 한 것보다 맛있는 반찬'이라는 소박한 목표는 말 그대로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드는 정성으로 이어진다. 재료는 전부 질 좋은 것을 쓰고 조미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거기에 '주부'의 알뜰함을 더하면 대기업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버릴 식재료가 하나도 없다. 가격이 낮아도 수익률이 높은 배경이다. 가게의 매출과 일일 손님 수, 날씨 등의 정보도 30년째 자기만의 대차대조표에 손으로 적어 관리해오고 있다. 일견 과학화된 경영비법과 동떨어진 운영 철학을 가지고 거기 합당한 방식으로 자신의 80평 슈퍼마켓을 지휘해가는 사토 사장의 모습은 우후죽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된다. 작은 가게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 장수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부의 가게 사이치'는 잘 알려준다.
사토 게이지 지음/김경은 옮김/김영사/1만 2000원
김수진 기자 sjkim@
꼭 봐야할 주요뉴스
[르포]"정부가 보조금 퍼붓는데 어떻게 버티나" 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