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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솔도파의 작은 거인들'..부처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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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우리 산하엔 오랜 풍화를 견뎌온 석탑이 널려 있다. 그 석탑에는 부처를 지키고, 탑을 수호하는 작은 거인들이 있다. 기단의 사자로부터 음악을 연주하는 주악상, 비천, 금강역사, 사방불, 인왕상, 십이지신상, 팔부중상 등 다양한 군상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그들은 우리 불교미술의 꽃들로, 비바람에 마모돼 가면서도 스스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중의 하나인 '금강역사'는 탑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불교 세계에서 '금강역사'는 무력을 상징한다. 부처를 호위하는 금강역사는 스타워스에 나오는 제다이 기사가 사용하는 광선검 같은 '금강저'라는 뭉둥이를 든 무사다. 힘 세고, 위력적이며, 근육질이고, 무섭다. 그러나 달리 보면 석탑에 부조된 금강역사들은 개구장이같기도 하고 심통 난 마마보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부처를 지키는 커녕 당장 사고라도 칠 기세에 부처가 오히려 전전긍긍할 지경이다.
부처 앞에서 괴력을 뽐 내며 우악스런 표정을 짓고 있지만 부처에겐 그저 말썽꾸러기다. 부처가 금강역사의 보호를 받을 존재인가 ? 그런데도 왜 부처 옆에 금강역사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서 있는가 ? 불경에서도 금강역사가 부처를 지켜낸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본래 자비와 무력이 한통속였다는 듯이 금강역사는 부처와 같이 있다. 한 손에 금강저를 들고 내리칠 기세이면서도 다른 손의 손가락은 조용히 세워져 '쉿 ! 물렀거라'는 듯 경고를 보낸다. 이런 표정은 간다라미술속의 근엄한 금강역사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부처 사리가 봉안된 탑문의 입구에서 괴상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금강역사는 실제로 부처의 사후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부처 생전에는 말썽을 피우다가도 사후엔 부처에 감화돼 침입자의 마음을 돌려 세우는 표정이다. 따라서 금강역사는 애초부터 본심으론 무력을 쓸 뜻이 없는 듯 하다. 우리가 자랑하고 아끼는 석굴암의 금강역사는 근엄하고 범접할 수 없는 역사상이다. 그러나 조선에 이르는 동안 금강역사는 친근한 정도를 넘어 우스꽝스럽게 변해간다.

우리 불교 역사 초기 석탑의 하단 네면에는 금강역사만 새겨지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십이지와 사천왕, 사방불 등 다양한 상들이 들어찼다. 즉 탑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불국토 전체인 셈이다. 주수완의 '솔도파의 작은 거인들'은 연구가는 물론 불교미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예술과 종교, 역사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지침서다. 필자인 주수완은 고고미술사학가로 불교 조각사 및 불교도상학문제를 인도ㆍ중국 및 우리나라 불교미술과의 관계를 통해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금강역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석탑조각을 총체적으로 살펴 우리 조상의 불교정신을 재조명하고 있다.
'솔도파의 작은 거인들'/글.주수완/사진.유남해/다할미디어/값 2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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