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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김태촌' 사망하자 3대 조폭 움직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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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이른바 '범서방파' 보스 김태촌 씨가 지난 5일 새벽 사망했다. 전남 담양에서 평범하게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깡패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조직폭력(이하 조폭)의 세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교도소를 수없이 들고 나면서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그의 빈소 앞에는 조화가 줄을 서 있었다. 빈소 엘리베이터 입구부터 기업, 교회, 연예인, 체육 관련 협회 등 생전에 김 씨와 인연을 맺었던 곳에서 온 조화 70여개가 겹겹이 둘러쳐 있었다. 입구에서 대기하던 조직원들은 사진기자가 조문객들을 촬영 하려하자 "신분이 노출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지만 본인들의 허락 아래 뒷모습을 촬영하는 정도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빈소를 지키던 한 40대 조직원은 "칠성파, 양은이파 등 30여개 조직의 조직원들도 다녀갔다"고 귀띔했다. '검은 양복'과 함께 경찰 병력 등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5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김태촌의 영안실이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는 '검은 양복'과 '경찰'의 어색한 동거를 볼 수 있다.

◆'낭만'에서 '정치 조폭'으로=김태촌의 사망과 함께 국내 조폭 계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폭의 역사는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 다르다. 길게는 흥선대원군 시대로까지 올라가는 견해도 있다. 흥선대원군이 세도가였던 안동 김 씨의 감시와 견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 주먹패들과 어울렸는데 그 지점에서 조폭의 역사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조폭의 기원을 해방 전 종로와 명동에서 찾는다. 당시 종로와 명동은 엄격히 구분되는 '상권'을 갖추고 있었다. 종로는 민족 상권이 그대로 이어져 왔는데 반해 명동은 일제의 자본이 새롭게 구축되는 곳이었다. 당시 종로는 김두한이 세력을 키웠고 명동에서는 일본 유학(?) 출신 하야시(한국명 선우영빈)가 주름잡고 있었다.
1945년 8·15해방 이후 종로(김두한)는 그대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명동은 이화룡으로 바뀌었고 동대문에서는 이정재가 새로운 인물로 부상한다. 이정재는 동대문 상인조합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당시 정치권과 손을 잡고 1957년 장충단 야당 집회 방해 사건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 주먹계를 평정하고자 욕심이 강했는데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면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자신이 지향했던 정치권에서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셈이다.

해방 이전의 조폭을 두고 전문가들은 '낭만의 주먹시대'라고 부른다. '장군의 아들' '야인시대' 등 많은 드라마를 통해 그려졌듯이 당시 양대 세력의 싸움은 맨주먹을 통한 '낭만적 모습'이 없지 않았다. 싸움에서 패한 사람은 깨끗하게 물러나는 면모도 있었다.

해방 이후는 달랐다. 이 시대의 조폭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치 조폭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주먹패들이 정치권과 결탁해 이념 대결이 치열해지고 각목, 야구방망이, 칼 등 주먹이 아닌 '흉기'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치 조폭의 시대'는 생명력도 길지 못했다. 동대문의 이정재 처럼 정치적 격변기에는 희생양으로 삼기 가장 좋은 집단 중의 하나가 '정치 조폭'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를 거친 조폭은 1970~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지역 구도를 깨고 '전국구 조폭시대'를 맞는다. 당시 전국구 조직으로는 ▲범서방파의 김태촌 ▲양은이파의 조양은 ▲OB파의 이동재가 꼽혔다.

조폭의 파란만장한 모습들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미화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중 1995년 방영된 '모래시계'는 단연 으뜸이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묘사한 드라마로 당시 '조폭 신드롬'이 일어났다. 극중 태수로 대변되는 '조폭의 세계'는 의리를 정점으로 묘한 정의감까지 표출되면서 강한 여운을 남겼고 지나친 미화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후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도 조폭의 이면을 다뤄 관객들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전국구 3대 조직, 범서방파·양은이파·OB파=전국구 3개 조직은 서로를 철저하게 견제한 것은 물론 가차 없이 보복을 하는 등 섬뜩한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흉기로 주저 없이 상대편 세력을 응징하고, 교도소를 밥 먹듯이 출입하는 사례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다.

이중 범서방파 김태촌은 우여곡절이 가장 많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전남 담양에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행상을 하던 어머니가 어느 날 시장에서 깡패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범서방파를 만든 시작점이었다. 1976년 신민당사 난입과 전당대회 각목 사건에도 연루됐다.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신앙인으로 교회에 자신을 의탁하는 등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그는 여러 가지 협박과 사주 사건에 연루되면서 교도소에 재수감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양은이파'의 조양은 역시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조양은 역시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후 조직원 살해 지시 등의 혐의가 드러나 교도소에 수감되는 등 '조폭 보스'라는 이미지를 끝내 벗겨내지는 못했다.

'OB파'의 이동재는 1980년대 말에 양은이파 조직원들의 습격을 받은 이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현재 그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는 현재 '신칠성파'와 '신 20세기파'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직은 6ㆍ25 전쟁이후 결성된 '칠성파'와 '20세기파'를 이어받은 조직이다. 특히 '신칠성파'의 경우 현재 전국 최대 조직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구 3대 조폭'의 현재 위상은 예전의 명성(?)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그러나 이 3대 조직에서 분산되고 분화된 여러 조직들이 여전히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낭만' '정치' '전국구 시대'를 거친 조폭은 2013년 현재 합법적 기업형태의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하경제'의 핵심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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