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정국, 위기론 땐 朴 책임론 땐 文 유리
국정원 여론개입 여부도 결정적 변수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종일 기자] '여론 블랙박스'가 봉인됐다. 대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온 13일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건 금지다. 남은 건 선거 당일인 19일 오후 6시, 투표 마감시점에 일제히 공개될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 뿐이다.
박 후보가 오차범위 내의 차이로 유지해온 근소우위가 이 기간 중에도 유지될까?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구원등판 이후 격차를 좁히고 있는 문 후보가 물밑 역전에 성공할까? 북한의 로켓발사라는 '신(新)북풍'과 양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은 어느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
◆文측 "골든크로스 곧 지난다" 朴측 "민주당은 거짓말당" 주도권 다툼 격화 = 전날 오후에 공개된 다섯 개 기관의 '공개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2.8~48.9% 사이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41.4~47.5% 사이에서 형성돼있다. 최저치와 최고치를 놓고 따지면 말그대로 박빙이다.
민주당은 특히 추세와 투표율에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본 회의에서 "(당의) 내부 조사로는 역전의 순간에 있다"며 "대략 하루에 0.5%포인트씩 격차가 줄고 있다. 오는 주말에 역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79.9%'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거론한 뒤 "그간 실제 투표율이 선관위 조사보다 3~8%포인트 낮게 구성된 걸 감안해도 이번 대선 투표율은 최소한 70%를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20~30대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 문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게 민주당의 전망이다.
'방어모드'에 들어간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거짓말 정당'으로 몰아붙이며 여론 주도권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새누리당 선대위 안형환 공동대변인은 같은날 현안브리핑에서 "아이패드 거짓말, 고건 정 총리 영입 거짓말, 1억5000만원 굿판 거짓말, 광화문 유세 사진조작 거짓말 등 거짓말과 떼쓰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민주당의 행태는 누가봐도 새정치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신북풍ㆍ국정원 여론개입 의혹ㆍ안철수 효과…아직 첩첩산중 = 남은 6일 동안에는 그 어느 시기보다 이슈전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북한의 로켓발사, 국가정보원의 '문재인 비난여론 조성' 의혹, 안철수 전 후보의 영향력 등 현재진행형인 대형 이슈가 산재해있다. 안갯속에 가려진 여론이 어디로 어떻게 흐를 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신북풍은 대선정국의 막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대선판이 '안보정국'으로 전환되며 두 후보의 한반도 위기관리 능력과 외교ㆍ안보ㆍ대북 공약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통상 북풍과 같은 변수는 보수 후보에게 유리하고 진보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해석돼 왔다.
하지만 이전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각종 도발과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 다양한 형태의 북풍을 경험하며 무뎌진 측면이 있어 북한 변수가 더 이상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최근에는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진영은 긴장테세를 유지한 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문 후보 측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북한의 맞대응으로 대립이 격화되면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정부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며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냈고 최근 북한군의 '노크 귀순'과 맞물려 집권여당의 안보 무능이 부각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정원의 여론조작 및 선거개입 의혹 논란은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의 로켓 발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의 주장처럼 국가정보기관이 인력과 자금을 동원해 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박 후보는 연관성 여부나 정도를 떠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 설명처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문 후보 측은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국정원은 민주당의 주장이 허위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상태다.
'안철수 효과'의 강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가운데 10%가량은 아직 박ㆍ문 후보 중 어느 쪽으로도 마음이 기울지 않았다는 게 그간 진행된 대다수 여론조사의 결과다. 이른바 '신(新)부동층'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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