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바꿔줘' 악성소비자 뜯은 수입이 억대연봉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통사·서비스센터에 불량·불친절 이유로 2년간 206차례 협박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2년 동안 총 206차례에 걸쳐 협박을 일삼고 수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뜯어냈습니다. 이 정도면 아예 '블랙컨슈머'를 전업으로 삼은 셈입니다. 억대 연봉 '블랙컨슈머'가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습니다.”

기업들이 '블랙컨슈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잘못해서 스마트폰을 물에 빠뜨린 뒤 서비스센터에서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소리를 높이는 정도는 애교다. 무려 2년 동안 206차례, 2억원이 넘는 돈을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에서 뜯어낸 전업 '블랙컨슈머'가 등장했다.
11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국내 대기업 대리점 직원과 이동통신사 상담원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으며 금품을 뜯어낸 이모(56)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군 장교 생활을 한 뒤 대위로 전역했다. 사업에 실패한 이씨는 대기업일수록 소비자들의 부당한 항의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공갈 협박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스마트폰 업체 A사의 스마트폰 22대를 이동통신사 B사를 통해 개통한 것이다. 처음부터 쓸 생각이 없다 보니 매일 같이 전화를 해서 단말기 정지, 해지, 개통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B 통신사 상담원들이 표적이 됐다. 이씨는 “불친절하다”며 갖은 욕설과 협박을 늘어놓는 것은 물론 둔기를 들고 대리점을 직접 찾아 행패를 부렸다. '블랙컨슈머'로 분류해 응대하지 않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차례 협박에 질린 대리점 직원들은 이씨의 휴대폰 요금을 대납해주거나 합의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에서 요금과 합의금을 지급받은 이씨는 해당 스마트폰을 갖고 A사를 찾았다. 역시 같은 수법이었다. 멀쩡한 단말기의 수리를 맡긴뒤 이상이 없다는 서비스센터 직원들을 협박했다. B사 직원들을 협박해 단말기 교환에 필요한 이용계약등록사항 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A사에서 단말기를 환불, 교환했다.

교환시 기존 단말기를 돌려달라는 A사 직원들에게도 협박을 일삼고 이를 돌려주는 대신 중고 시장에 판매해 돈을 챙겼다.

스마트폰으로 재미를 붙인 이씨는 활동범위를 넓혔다. 이번에는 A사의 냉장고가 표적이었다. 최신 냉장고를 산 뒤 일부러 작동을 중지시켰다가 서비스센터 직원이 도착하기 전에 켠 뒤 “냉장고 온도가 시원찮다”며 트집을 잡고 이상없다는 서비스센터 직원에게는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에 귀한 식재료가 있다며 생트집을 잡은 이씨는 A사 서비스센터를 통해 수천만원을 갈취했다.

여성 상담원들에게는 자신이 있는 목포까지 직접 찾아와 사과하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는 등의 협박을 일삼아 몇몇 여성 상담사들은 목포까지 찾아가 사과한 적도 수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총 206차례에 걸쳐 두 업체 직원들에게서 2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전자제품을 뜯어냈다. 1년에 1억원 이상을 갈취해 억원대 연봉 '블랙컨슈머'가 된 것이다.

기업들은 매년 '블랙컨슈머'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만 해도 A사의 스마트폰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해 폭발시킨 뒤 “충전 도중 스마트폰이 폭발했다”며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모씨는 징역 1년을 구형 받은 바 있다.

아예 서비스센터 직원과 짜고 중고 TV를 구매해 일부러 부품 재고가 없다는 확인을 받고 교환을 받은 블랙컨슈머도 있었다. 전자업계뿐 아니라 유통업계는 '블랙컨슈머'를 별도 리스트까지 만들어 관리할 정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손쉽게 전파되며 블랙컨슈머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도 중요하지만 부당한 요구에 대해 기업이 보호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