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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영화는 자전거를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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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영화는 자전거를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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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성장영화 등에 단골 소품
-아날로그 감성·로맨틱한 분위기 연출
-한 장면만 등장해도 가슴 뭉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3040 세대 추억의 영화 'ET'에서 단 하나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후반부의 '공중부양' 장면이다. 자동차를 타고 쫓아오는 어른들에게 아슬아슬하게 잡히려던 순간, ET의 초능력으로 아이들의 자전거가 날아오른다. 1982년 극장 개봉 당시 경찰에 잡힐 듯 하다가 자전거가 공중으로 훌쩍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전 세계 수많은 아이들이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주인공이 자전거에 ET를 태운 채 달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컷은 아이들의 장난감, 퍼즐 등으로 만들어졌으며 수많은 매체에서 패러디 형식으로 재등장했다.

그런데 만약 떠오른 것이 자전거가 아닌 오토바이나 자동차였다면 공중부양 장면은 명작이 될 수 있었을까. 자전거는 다른 탈것이 갖고 있지 않은 독특한 감수성으로 출연자들의 감성이나 영화의 주요한 스토리로 차용된다.
◆사랑과 낭만의 메신저 = 1970년작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자전거는 남녀 주인공 사이의 애뜻한 사랑의 감정을 이어주는 메신저다. 부치 캐시디(폴 뉴먼)가 목장에서 여주인공 애타 플레이스(캐서린 로스)를 자전거에 태우는 장면은 피비린내 나는 서부극을 낭만적인 웨스턴 영화로 전환시킨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됐다. 유명한 팝송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삽입돼 유명세를 더했고, 다양한 광고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2008년작인 '더 리더'에서도 10대 소년 마이클과 30대 여인 한나의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자전거를 활용했다. 마이클은 한나와 사랑을 나누기 전 언제나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 주는데, 어느날 둘은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소풍을 나가게 된다. 갈대밭 사이로 자전거를 타는 둘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같은 해 상영된 한국 영화 '달려라 자전거'에서도 여주인공 임하정(한효주 분)이 짝사랑하는 남자 이영훈(김수욱 분)에게 접근하기 위해 탈 줄도 몰랐던 자전거를 배운다. 결국 하정은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수 있게 되고, 영훈과 자전거를 타고 데이트까지 하게 된다.

◆성장통ㆍ로드무비에 빠지면 섭하지 =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청춘들을 주제로 한 영화나 주인공들의 여행을 소재로 한 로드무비에서도 자전거는 단골 소품 중 하나다. 2001년 국내 개봉한 중국영화 '북경자전거'는 17세 소년 구웨이가 어렵게 마련한 자전거를 도둑맞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신문을 돌리기 위해 자전거가 꼭 필요했던 구웨이는 다른 아이의 자전거를 훔치게 되고, 자전거 쟁탈 과정에서 인생의 쓴맛을 알아가게 된다. 마지막에 부서진 자전거를 등에 메고 걷는 구웨이의 모습이 명장면으로 남는다. 1948년 이탈리아 영화 '자전거 도둑'에서도 주인공이 자전거를 도둑맞은 후 스스로가 도둑이 되는 이야기를 보여주며 현실을 고발한다.
일본 영화 '키즈 리턴'은 자전거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해 자전거를 타는 장면으로 끝나는 독특한 영화다. 문제아였던 신지와 마사오는 성공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나와 신지는 권투선수, 마사오는 야쿠자(건달)의 길을 걷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자전거를 타며 둘이 나누는 마지막 대화("우리 이제 끝난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했잖아.")는 성장통을 받아들이며 성숙해가는 젊음을 잘 나타낸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 자전거 자체가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는 경우도 있다. 1979년작 '브레이킹 어웨이'는 4명의 대학생들이 블루밍튼에서 개최되는 '500마일 자전거 경기'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자전거 레이스씬에서 4명이 릴레이로 달리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2006년 독일영화 '플라잉 스코츠맨'은 실존 인물인 스코틀랜드 사이클 선수 그레임 오브리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그레임이 어릴 때부터 겪었던 우울증을 자전거 타기로 극복하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자세를 찾아내 결국 우승을 거머쥐는 이야기는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영화에서 소품으로 자전거가 등장하면서 국내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협찬에 나서고 있다. 현재 알톤스포츠에 인수된 코렉스자전거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자사의 자전거를 협찬했고, 지난 해 상영된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에도 삼천리자전거가 협찬했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영화 제작사들이 주인공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소품으로 자전거를 자주 요청한다"며 "특히 여주인공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바구니가 달린 여성용 자전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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