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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 가치 하락이 갖는 희망과 위험 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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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엔화 약세가 일본 기업에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다른 기업에는 절망의 동의어다.

최근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가치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일본 야당의 총재이자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총재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에 무제한 양적완화를 촉구한 게 시발점이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매입기금 규모를 91조엔으로 10조엔 증액한 것도 한몫을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화 가치는 23일 오전 10시17분 현재 달러당 82.34엔을 기록했다. 22일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82.50~60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베 신조 총재가 양적완화를 촉구한 15일 이후 2.7% 가치가 하락했다.

지난 8월 78.66엔를 기록한 이후 78~9엔대의 강세를 유지하다 달러당 4~5엔이 하락한 것이다. 엔화는 금융위기 발생이전인 2007년 12월에는 달러당 112.34엔에서 2008년 12월 91.28엔까지 오른뒤 가파른 절상행보를 이어왔다.
그렇다면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장담하기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다.아베가 총리가 되고,그가 공언한대로 4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BOJ총재와 2명의 부총재를 자기와 견해를 같이 하는 인사 즉 양적완화에 찬동하는 인사로 채우고 이들을 통해 물가 목표를 그가 원하는 2~3%로 올리며, 건설공채를 BOJ가 사도로고 할 경우 엔화 약세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총재 등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며 일본은 신흥국 독재정권이 아니라는 말로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2015년 중반까지 이어가고 월 4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하고 있어 막대한 달러가 풀리고 있고 이것이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엔화와 원화,홍콩,싱가포르 달러 강세를 초래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의 독립성만을 위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WSJ에 따르면, 통화 전략가들(currency strategists)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약세를 점치고 있다.

그동안 엔화 강세로 일본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고충을 겪었던 만큼 현재나 앞으로 진행될 엔화 약세를 대단히 반길 게 분명하다.특히 엔고로 주가가 급락한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 업체, 시세이도와 같은 화장품 업체들은 엔화 약세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본의 주요 50개 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3월 말로 끝나는 회계연도 순익전망을 달러당 79.14엔을 기초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난 수요일 82.12엔에 비하면 아주 높은 수준이다.

WSJ는 82엔대의 환율이 회계연도 나머지기 기간동안 지속된다고 할 경우 도요타와 닛산,혼다 등 3개사는 이번 회계연도 하반기에만 총 1000억 엔 이상(미화 12억3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도요타는 내년 3월 말까지 6개월동안 달러당 평균 78엔, 닛산과 혼다는 달러당 80엔을 전망기준으로 삼았다.이는 엔화 강세 전제로 짠 전망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 자동차 업계는 정부에 엔화 약세를 위한 로비를 줄기차게 벌였다.그리고 현 수준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촉구한 지난 15일 도요타 자동차 CEO이자 일본자동차공협회회장인 아키오 도요다는 “최근의 엔화 약세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 게 그 증거물이다.

그는 “엔화 초강세 추세의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도요타의 다치가와 조이치 대변인은 “달러당 1엔이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350억 엔 줄어들고 유로당 1엔이 오를 때는 50억 엔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질수록 일본 수출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더욱 커진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엔화는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까? WSJ이 지난 16일 ‘40년에 걸친 달러화에 대한 엔과 가치 상승은 종말을 맞이한다’는 기사를 참작할 만하다. WSJ의 칼럼니스트 빈슨트 시그나렐라와 다우존스 외환 전문기자 스티븐 버나드는 경제기초여건과 기술 등 두가지 면에서 너무나 많은 조짐들이 엔화의 약세를 예고하고 있다면서 달러가 엔화에 대해 5%이상 절상(엔화의 절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엔화가 85.53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점쳤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는 예상일 뿐이다. 더 갈 수도 있고 역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어쨋거나 엔화 절하는 일본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요인은 중국 제조업의 회복이다. 22일 발표한 HSBC은행의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50.4로 13개월 만에 기준치(50)을 넘어 제조업이 확장국면에 들어갔음을 보여줬다.


중국 제조업의 확장은 일본산 고급 부품 소재 수입을 촉진할 것이라는 것도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의 일본산 부품 수입 증가는 한국과 중국 기업에는 절대로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피하기 어려운 냉정한 현실이다.

한국은 특히 원화절상 압력에 직면해 있다.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과다하다”면서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일방으로 형성돼 있지 않나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는 지난 5월 고점이 형성된 이후 6개월 만에 10%가 절상됐고 3개월전과 비교해도 5% 절상되는 등 절상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아닌가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최 관리관은 특히 엔화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그는 “원엔 환율이 원달러 환율대비 큰 폭으로 절사되는 등 정부로선 적극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일방적인 쏠림이 심화되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강하게 구두개입했다. 화폐전쟁이 선포된 것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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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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