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플라스틱 카드시대…카드社, 전자지갑 전쟁
비자 'V.미' 출시..모바일 결제시스템 시장 확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 13일(현지시간) 결제 시스템의 역사를 바꿀만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글로벌 공룡 카드업체 비자에서 전자지갑 'V.미(V.me)'를 내놓은 것이다. 고객들이 번거롭게 15~16자리 카드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1월 17일자)는 비자가 첨단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전자지갑 시장에서 글로벌 카드사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신용거래에서는 그 동안 플라스틱 카드가 대세를 이뤘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중국의 유니언페이 등 숱한 카드사가 고객에게 신용카드, 선불카드, 직불카드를 발급해왔다. 아메리카 익스프레스도 예외는 아니다. 수조달러에 달하는 신용카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결제 금액은 6조7000억달러(약 7309조원)다. 직불카드와 선불카드 결제 규모는 15조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신용거래 총 규모가 21조달러를 웃돈 것이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업체 '스퀘어'나 인터넷 결제 시스템 회사 '페이팔' 같은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새 결제 시스템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 첨단 결제 시스템 업체의 등장이 신용카드사의 실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페이팔ㆍ스퀘어 같은 업체들은 최근 스마트폰 결제용 소형 리더 개발로 소액 결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까지 '구글지갑'이라는 전자지갑을 출시했다. 애플은 스웨덴 업체 'i제틀(iZettle)의 카드 리더기를 보급해 구글지갑 열풍 차단에 나섰다. i제틀의 카드 리더기만 있으면 아이폰은 전자결제 수단으로 변신한다.
플라스틱 카드가 사라져도 글로벌 카드사의 번영은 계속될 듯하다. 카드사들이 새로운 결제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스퀘어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비자는 모바일 은행 전문업체 모니타이즈에도 투자했다. 아멕스는 i제틀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들 글로벌 카드사에는 기존 신용거래에서 쌓은 신뢰라는 최대 무기도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신용사기가 늘어 신뢰도 높은 카드사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걸림돌은 여전하다. 카드사의 수수료 횡포에 시달려온 유통업체들이 서로 손잡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쿠폰 같은 인센티브로 전자지갑 사용을 부채질하고 있다. 혁신에서 카드사들이 다소 뒤진 점도 걸림돌이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잭 도시 스퀘어 대표는 "60년 전 카드사들이 신용카드를 개발하면서 혁신에 앞장섰지만 이후 결제 시장에서 혁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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