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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ISD는 관가(官家) 금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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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와의 소송전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특혜·'먹튀' 논란에 이어 한국 정부의 첫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상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집어 쓴데다, 자칫 돈을 물어줘야하는 송사(訟事)를 앞둔 탓에 이번 사안을 직접 다루는 관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앞서 론스타가 보낸 중재의향서를 보면 수신인은 이명박 대통령, 참조로 김성호 주 벨기에 및 유럽연합 대사 대행과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돼 있다. 론스타가 보낸 문서를 보면 "한국 정부는 (중략) 론스타와 관련해 임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 왔다"며 "그 결과 론스타는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돼 있다.
이어 "6개월 내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ㆍ벨기에 투자협정 제8조 3항에 따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이번 분쟁의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서가 지난 5월 21일 발신됐으니 오는 20일 이후면 ISD를 통해 한국 정부를 제소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 문서를 받은 후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이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청구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론스타가 먼저 8월에 공개한 후에야 정부는 뒤늦게 문서를 공개했다.

투자분쟁에 휘말린 적도, 이런 일을 담당할 전담조직도 없는 탓에 정부는 부랴부랴 관계부처 합동TF를 꾸렸다. 국무총리실과 그 산하의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외교통상부, 국세청 등 5개 부처 담당자들이 모였다. TF가 언제 모여 회의를 하는지, 무슨 대비책을 논의하는지는 철저히 비밀이다. 취재를 하는 것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료를 요청하는 데도 묵묵부답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구체적 소송전략이 노출돼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에 박힌 답을 내놓는다.
담당 관리들은 취재과정에서 론스타나 ISD 얘기만 꺼내도 민감하게 대응한다. 최근 통화한 금융위원회 은행과의 한 공무원은 '법률대리인 선임비용을 어떻게 준비했냐'는 소송전략과는 별 관계없는 질문에 "(자신이) 그런 사항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다소 신경질적인 이 같은 반응은 이번 사안을 대하는 관료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TF 내 부처들간 손발도 잘 맞지 않는 모습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실은 최근 국무총리실 담당부서에 론스타의 ISD제기와 관련해 금융위와 국세청이 예비비를 썼는지 물었다. 총리실은 금융위원회와 국세청에 확인한 결과 예비비를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금융위 담당자에 물어보니 "총리실이 확인한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근 공개된 내년도 관련예산에 대해 묻자 법무부의 담당과장은 "그 내용이 공개됐느냐"며 오히려 되묻는 지경이다. 론스타의 주장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이런 공무원들에게 소송을 맡겨도 될까.

결국 극소수 관료들에 의해 몰래 추진돼 문제가 됐던 론스타 사태는, 마지막까지 밀실에서 논의되다 끝날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이 있다면 앞의 일이 일부 공직자가 특혜를 봤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일 테고, 뒤의 일은 당장 소송비용과 패소했을 때 천문학적인 돈을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는 것일 테다.

이번 일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감추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술하게 체결된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으로 인해 시작된 론스타 ISD에 대한 대응은 자신감만으로는 안된다"면서 "예산을 아끼려고만 할 게 아니라 정확한 협정문 분석과 사례연구를 통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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