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 대강당에서는 특별한 시사회가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영화 '범죄소년(강이관 감독)'을 보러 서울지역 5개 청소년 보호관찰소에서 청소년 200여명이 참석한 것이다. '범죄소년'은 '날아라 펭귄(2009/임순례 감독)'에 이어 인권위가 내놓은 두 번째 장편영화다.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범죄소년' 장지구(서영주)는 친구들에게 휘말려 빈집털이에 가담했다가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10호 처분을 받는다. 10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은 13개월에서 2년간 소년원에 수용돼야 한다. 소년원에 머무는 동안 아픈 할아버지는 홀로 세상을 떠난다. 퇴소를 앞두고 어렸을 때 자신을 버렸던 엄마(이정현)와 조우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은 여전히 냉혹하다.
엄마와 지구의 '저항전'은 계속 패배한다. 엄마는 결국 술집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여자친구를 다시 찾아간 지구는 싸움을 일으켜 또 소년원에 수용된다. 그러나 영화는 삶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 물론 만만하지는 않다. 강 감독은 "원래 소년원에서 엄마와 여자친구, 지구 셋이 퇴소식을 하고 집으로 걸어가는 결말을 촬영했지만 너무 거짓말같았다"고 말했다. "셋이 화목하게 같이 산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함께 살 날을 그리는 엄마의 '미소'로 대신됐다.
영화는 실제 보호관찰소와 소년원 등지에서 촬영됐다. 4개월간 그곳에서 꼬박 살다시피 한 보람이 있다. "보호관찰 받는 내용은 영화랑 거의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공감가요." 영화를 본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의 얘기다. "지구가 소년원에 가니까 할아버지 돌봐드릴 사람이 없잖아요. 저도 할아버지 아프실 때 (소년원에)들어갔는데 돌봐드릴 사람이 이모밖에 없었어요. 근데 이모들도 아예 안 오시거든요. 제가 만약에 지구였으면 그런 친구들하고는 어울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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