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숭실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어떻게 가능한가?' 특강에서 '경제'와 '정치' 연관성 강조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시위를 언급하며 "현대사회는 1930년대보다 소득계층 상위 1%가 20배 이상 늘어났다"며 "1%에 속한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양극화 심화는 저소득계층이 정치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소득 하위 30%는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현실은 민주주의 이론과 달리 상위 30%, 사실상 상위1%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과도정치체제라는 얘기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 "과거에는 자연적인 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방어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싸우고 방어하지 않으면 형평 사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의 좋은 예로 국민의료보험제와 퇴직금제도를 언급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퇴직금제도는 자산조사와 소득조사 없이 필요에 따라 분배하기 때문에 '자산재분배'기능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재벌에 대해서는 '재벌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규모가 큰 기업이 나쁘다는 선입견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대기업의 힘과 권력이 남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 '견제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금융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는 "금융업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증권상품을 만들어 끔찍한 주택거품으로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며 "금융이 혁신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또 "차입규모와 파생상품 등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업계에서 불만을 토로하더라도 규제를 강화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1953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해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후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5년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적중해 유명세를 탔다. 이후 2008년 국제무역과 경제지리학의 영역을 통합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프리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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