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을 주도해온 민주당은 역대 대선투표율이 하락추세이고 비정규직 등 투표당일에 일을 하는 유권자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투표시간을 연장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투표시간 연장 주장은 득표용 생색내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일 때문에 투표하지 못하는 분들을 고려해서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 이후 투표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서 이유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권 행사를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고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의 투표율 저조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 등 다른 곳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그 다른 곳을 찾아 대책을 세워야지 무턱대고 시간 연장으로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논리라면, 24시간 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억지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20, 30대, 화이트칼라, 학생층에서는 '투표 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반면, 40대 이상, 주부층에서는 '오후 6시까지만 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민주통합당 지지자(168명)의 65%는 투표 시간 연장, 새누리당 지지자(204명)의 70%는 현행 유지를 주장해 지지정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무당파(지지정당이 없는 유권자 226명)에서는 투표 시간 연장 52%, 현행 유지 44%로 연장 쪽에 조금 더 힘이 실렸다.
새누리당은 이 조사결과를 두고 "무조건 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투표장에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해 투표소 재배치, 부재자 투표확대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시간 연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찬성이고 재야, 진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찬성 목소리가 크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고, 투표 참여 실태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는 "투표불참의 원인은 정치불신 보다는 고용계약관계 등으로 투표권 행사의 어려움에 있고 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라, 상당수의 직장인이 근무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선진국의 투표율은 낮지 않으며, 한국이 최하위권이며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조사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진보연대,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진보단체들은 지난 27일 선거일 유급공휴일 지정과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회장 장주영)은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현행 공직선거법 155조 1항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낸다는 계획이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투표시간에 대해서도 여야는 자신들 입맛에 맞는 자료를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영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프랑스나 독일, 호주 등은 10시간, 미국은 주(州)별 평균 12시간 등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리처럼 12시간 이내 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영국은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15시간, 이탈리아는 아침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15시간 30분의 투표시간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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