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5.0]36년 교사 퇴직…체험농장으로 '덩더꿍' 이종만 선생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경기 연천군 군남면에 위치한 '생각나무 캠프(Think Tree Camp)'. 서울에서 1시간30분 남짓 차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36년 동안 교사 생활에서 정년퇴직한 뒤 이곳에서 에듀팜(체험농장)을 운영하는 이종만 선생(71). 오전 11시를 조금 넘어선 시간, 지방도에서 벗어나 가파른 산을 조금 오르니 '생각나무 캠프'가 나타났다. 이종만 씨는 모자를 눌러쓰고 염소에게 먹일 쑥을 낫으로 베고 있었다.
이 선생은 특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에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홍대사대부속초등학교에서 2005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36년 동안 평교사로 근무했다. 무용을 전공한 이 선생은 1973년 당시 연세대 한양순 교수를 우연히 만난다. 이를 계기로 연세대에서 30년 동안 시간강사로 무용 관련 강의도 했다.
◆'덩더꿍' 체조 창시자=그에게 따라 붙는 가장 큰 타이틀은 '덩더꿍 체조 창시자'라는 말이다. 이 선생은 "예전에 KBS에서 생활 체조를 만들기 위해 8명의 전문가가 모인 적이 있다"며 "당시 내가 주장해서 만든 게 '덩더꿍'체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으로 이종만 선생에게는 '덩더꿍 체조'가 늘 따라 붙는다.
이 선생은 '덩더쿵'이 아니라 '덩더꿍'임을 유독 강조했다.
"쿵은 한번 리듬을 타고 떨어지면 다시 튀어 오르지 못하는 느낌이다. '꿍'은 다르다. 꿍은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튀어 오르는 리듬을 타는 어감이다. 덩더꿍은 밑으로 내려앉았다, 위로 솟구쳤다 하는 반복되는 의미가 강하다."
이종만 선생의 '제2의 인생'도 '꿍'의 인생이다. 정년퇴직하고 은퇴하게 되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은데 노후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 선생의 주장이다. 이 선생은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리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하기 5년 전부터 정년 이후를 고민했다. 선생을 36년 동안 했으니 가르치는 일은 계속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또 복잡한 도시보다는 조금은 한가하고 고즈넉한 농촌이 좋다는 판단을 했다."
◆교육과 농촌을 생각하다=그렇게 해서 '교육과 농촌' 두 가지 개념이 조합된 '에듀팜'이 시작됐다. 다행히 그에게는 이런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도 주어졌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오던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그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주인조차 알 수 없는 버려진 산이었다. 길을 닦고, 농장을 만들고,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캠핑장을 하나하나씩 완성해 가면서 지금의 '생각나무 캠프'가 준공됐다.
이 선생은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큰 상처는 사람으로 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한 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람들로부터 배신당하고,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생활이 도시생활"이라고 말했다.
이 선생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직접 손으로 기도문을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난 뒤 농장으로 나가 잡초를 뽑거나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벤다. 한가한 생활이지만 하루를 생각 없이 보내는 법은 없다. 농촌에 있으면 언제든지 할 일은 널려 있다.
그에게는 가족이 노후 생활을 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 '생각나무 캠프'도 전 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선생이 캠프의 총책임자로 있고 부교육장은 부인이다. 부인도 역시 교사 출신이다. 캠프의 살림살이는 둘째아들이 맡고 있고 각종 체험교육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에는 미대를 나온 큰 아들이 수고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은퇴한 이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선생은 가족이 함께 모여 '제2의 인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 지역민들과 완전히 동화된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인심은 좋다.
"아무도 모르게 집 앞에 호박이며 온갖 먹거리가 놓여 있곤 한다. 누가 갖다놓았는지도 모른다. 아내가 이곳에 내려와 웃음 짓는 일 중의 하나가 부식비가 도시에서 보다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데 있다. 인심이 후한 게 시골이다."
.
"둘 다 선생을 했기 때문에 연금이 나온다. 생각나무 캠프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체험하고 느끼는 후세대를 위한 교육장소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선생은 은퇴를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은퇴 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남자들은 하고 싶은 게 없고,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태도는 고령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 은퇴 몇 년 전부터 차분히 준비하고, 오랫동안 리듬을 타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