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일 줄 모르고 터져나오는 각료들의 부정부패 스캔들과 거센 비난 여론, 브릭스(신흥시장 대표 4개국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진퇴양난에 몰린 만모한 싱 총리는 지난 14일 유통시장을 대폭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규모 경제개혁 조치를 내놓았다.
인도는 지난 1977년 도매시장에서 외국기업 진입을 허용했으며 이에 따라 월마트는 인도 현지 기업 바라티와 합작해 14곳에서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 때문에 복합브랜드 소매유통점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지는 못했으며, 몇 년째 인도 정부에 시장 개방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싱 총리의 과감한 정책추진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인도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규제를 두긴 했지만 서민경제 중심인 자영업시장의 붕괴가 불보듯 뻔하다는 비판 여론이 크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인도 경제구조를 완전히 변모시킬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경우 중산층들이 찾는 소매업체들이 대형마트와 가격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인도 경제구조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인도의 소매유통시장에는 대형 유통체인의 영업에 필요한 냉장시설이나 물류창고 같은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기에 외국 업체들이 들어올 경우 이같은 투자를 기대할 수 있고, 농가와의 농산물 직거래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또 유통망 구조상 외국계 대형마트가 들어선다고 해도 자영업체들은 여전히 마트보다 더 싼 가격을 유지할 수 있기에 선진시장의 사례를 도식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느 쪽이라 해도 인도 경제구조 전반에 걸친 대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싱 총리의 구상이 거센 역풍을 뚫고 실현될 경우 인도 국민들의 일상은 물에서부터 전기·교육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타임’지는 분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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