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주부들도 지갑 닫아...시장상인들 "올해가 최악"
지난 주말 추석을 3주 앞두고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온 주부 강은영(46·여·후암동)씨는 "추석을 앞두고 태풍이 불어 과일ㆍ채소가격이 올라 걱정했는데 올해 설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며 "채소가격은 올랐지만 과일, 소고기, 달걀 가격은 설과 비교해서 다소 떨어졌다. 오른 것도 있고 떨어진 것도 있어 설과 비슷한 가격에 장을 봤다"고 말했다.
과일 옆에 자리하고 있는 채소 코너에서는 태풍의 영향을 실감했다. 무더위와 태풍으로 채소값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눈으로 확인됐다. 당근과 호박을 비롯해 대파, 마늘,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무, 콩나물 까지 골라 담았는데 도라지와 호박을 제외하면 모두 가격이 올랐다. 당근(519gㆍ1660원), 호박 (3000원×2개), 대파(3480원), 마늘(봉ㆍ4300원), 시금치(4300원), 고사리(팩ㆍ3170원), 도라지(팩ㆍ4888원), 무(2000원ㆍ1개), 콩나물(1419원) 이었다.
밤과 대추 가격도 소폭 올랐다. 밤은 800g 한봉지에 6500원, 대추는 200g에 5800원이다. 올 초에 각각 4980원, 3980원이었던과 비교해 각각 30%, 45% 올랐다. 곶감은 설과 가격이 같았다.
추석을 3주 앞두고 찾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는 명절 대목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다.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가격만 훑고 지나치며 다가올 추석 물가에 한숨을 내쉬었다.
원본보기 아이콘화점 지하 1층 식료품관 과일 코너에서 일하는 이층례(37·여)씨는 "지금까지는 백화점 내 과일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그렇지만 추석 때 과일 값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직은 추석 준비를 하기엔 이르다고 하는 주부들이 많았지만 추석 용품의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한 주부는 "아직 선물을 구매하진 않았지만 최근에 백화점 전단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저렴한 기획 상품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래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이었다. 추석 명절 대목이면 사람들로 한창 붐벼야할 남대문시장은 찾는 손님이 없어 한적하다 못해 고요했다. 그나마 옷과 가방 등 잡화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로 판매가 이뤄졌으나 농수산물 상점 주변은 적막만 흘렀다.
20년간 생선가게를 운영했다는 김선경(54·여)씨는 "이제 추석과 같은 명절이 대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래시장은 어렵다"며 "외환위기때 보다도 장사가 안되서 굶어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고추를 다듬고 있던 최정자(68·여)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재래시장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어졌다"며 "요즘 사람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산지에서 직접 구입해 버린다. 아침 9시에 나와서 지금까지 고추 한근(600g)도 팔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영동시장과 역삼동의 강남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장에 손님은 커녕 파리만 날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얼굴에서 활력이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영동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김진주(58·여)씨는 "가뜩이나 썰렁한 시장이 채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더 썰렁해졌다"며 "오늘 하루 종일 1만원 팔았다.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인근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선 이후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그나마 오는 손님들도 물가가 너무 올라 가격만 물어보고 쉽게 구입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망설이고 있다"며 "최근 가공식품의 가격인상과 날씨로 인한 신선식품의 값 상승 등 소비자 체감 물가가 오른 것도 추석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유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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