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대기업 간부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외부로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수행비서, 운전기사 등이 최근 들어 각종 사건의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자신이 '모시던' 인물들의 약점을 잡아 한 몫 챙기려는 경우도 있어 보는 사람들의 뒷맛은 씁쓸하다.
15일 사정당국,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공천헌금' 의혹을 받고 있는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의혹 등을 제보한 사람은 그를 가장 가까이서 돕던 수행비서였다. 특히 현 의원의 수행비서는 현 의원의 일정은 물론 누구를 언제 어디서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꼼꼼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비서만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지내는 위치가 운전기사다. 최근에는 운전기사를 통한 제보가 비리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차가 '움직이는 사무실' 역할을 하면서 차 안에서 민감한 내용의 전화 통화가 종종 이뤄지기 때문이다.
파이씨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정배 전 파이씨티 대표 사이에 돈이 오간 정황을 파악하는데에도 '운전기사'가 출연한다. 최 전 방통위원장과 이 전 대표를 이어준 역할을 한 사람은 브로커 이동율씨였다.
원외에서 중견 정치인의 개인비서를 담당하고 있는 Y씨는 "선거기간에는 잠자는 시간만 제외하고 '이 분'과 함께 붙어있다"며 "국회의원 선거에서 탈락하더라도 앞으로 다음 국회의원 선거나 혹시나 모를 입각을 대비해 개인비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Y씨는 "모시는 분의 약점을 일부러 알아내려고 하지 않아도 일정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 집안에 무슨일이 있는지 정도는 모두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임원 운전기사였던 J씨는 "임원 담당 비서에게 일주일 단위로 점심, 저녁 식사 일정까지 넘겨받기 때문에 누구를 자주 만나는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며 "정기적으로 만나는 고위공직자나 다른 회사 임원들은 운전기사끼리도 서로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회사 밖에 있는 시간이 길고 시간외 업무가 많은 운전기사 업무의 특성상 수당 등을 손해보지 않기 위해 일정을 꼼꼼히 적어두기도 한다. 이런 메모가 더 상세해지고 분량이 많아지면서 임원의 약점을 잡는 '무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J씨는 "임원의 개인적인 약점을 꼬투리 잡아 회사에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도 가끔봤는데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며 "직장이전에 사람간의 신뢰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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