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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린 경제 시대, 한비자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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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 1000만 흥행 육박·싸이의 B급 문화 정서·욕망 좇는 말초적 병리현상
장기불황에 비전 잃은 민심…도덕감·자존감 잃고 자포자기적 쾌락에 젖어들어
전문가들 "1980년대 경제 쇠락으로 개인주의·향락에 침몰한 일본 빼닮았다" 우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박혜정 기자]2012년 여름, 장기 침체로 인한 피로감과 사회 병리적 현상들이 봇물처럼 터졌다. 거기에 한탕주의, B급 문화에 대한 탐닉, 빗장을 푼 자극적 본능이 꿈틀 거린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메고, 집을 가진 사람들마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 파산 직전이다. 아이들과 여성들은 무자비한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정당한 권리도 잃었다. 모두들 빚에 찌들어 삶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지만 뚜렷한 구제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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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속에 온 국민이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도둑들'의 무용담에 빠져들었다. 도둑들은 개봉 20여일만에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둘 정도로 선풍이다. 작품의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평도 있으나 40, 50대 관객마저 극장을 향한 발길은 멈추지 않는다. 여기서 범죄자들은 일종의 '영웅'으로 바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도둑들'은 재미를 내세워 뽑아낸 오락영화"라고 전제하며 "'B급 영화' 요소가 제대로 통한 데다가 한국이 아닌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극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도둑들에서의 '대리만족'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서 더욱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다. "찍으면서도 허망해요. 한 장면 한 장면 찍을 때마다 한심하고...진짜 쓰레기들이야." 싸이는 자신이 지향해 온 'B급 정서'를 철저히 계산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2000만건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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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강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망을 비틀고 있다. 본인의 표현대로 '강남과는 거리가 먼' 외모의 싸이가 말춤을 추며 한강변과 지하철에서 '오빤 강남스타일'을 부르짖는다.
본격적 저성장시대로 접어든 한국의 대중들이 '자조'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3류"이고 "팔리는 음악을 만든다"는 싸이의 말대로다. 대중문화는 사회의 욕구를 반영한다. "나이 먹고 하는 일 없고 모아둔 돈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 없으면 열심히라도 살아야지 맨날 술만 먹고 사고만 치는 백수건달"(장미여관)같은 자조에서도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명백한 침체를 재차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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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중들의 뒤틀린 욕구와 맞물려 환각을 쫓는 말초적 병리현상도 넘치고 있다. 한 산부인과 의사가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유명해진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일명 '우유주사'가 음지에서 환각제 대용으로 유통되며 마수를 뻗칠 지경이다. 프로로폴 중독은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그동안 일부 연예인이나 특수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프로포폴 중독자가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형수술이나 수면내시경 등이 발단이 된 중독 사례도 속출한다. '비아그라 천국'이 된 현실도 마찬가지다. 공식 시장은 700억원대로 작지만, 음성 시장은 이보다 더 큰 1000억원대로 추정될 정도로 발기부전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현상과 관련,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80년대 이후 경제 쇠락으로 도박, 개인주의, 향락문화에 취했던 일본 사회와 많이 닮아가고 있다"며 "경기불황 때문에 불안이 가중되면서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현실을 도피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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