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유발부담금 인상폭 놓고 정부-지자체 충돌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교통량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 인상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인상수위에 대한 논의를 지자체 의견수렴 절차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지난 1990년부터 교통혼잡시설물 소유자에게 1㎡ 당 평균 350원을 22년간 인상 없이 부과해왔다. 징수된 부담금은 각 지자체 지방교통사업 특별회계의 세입으로 전액 귀속된다.
9일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국토부가 교통유발부담금의 인상수위를 공개하지 않은 채 인상안을 부담금심의위원회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면서 "위원회에 상정한 후 법령개정과 기획재정부 승인이 진행되면 지자체 의견이 반영되기 힘든데, 이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국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진행한 교통유발부담금 인상(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서울시, 인천시, 대전시, 지식경제부, 백화점협회 등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바 있다.
이날 발표된 용역결과 내용에는 교통유발부담금 조정이 그동안 단 한차례 이뤄지지 않아 부담금을 통한 환경개선 효과가 미미해 인상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후 국토부는 지자체와 부담금 인상폭에 대한 의견조율 없이, 위원회에 인상안을 상정한 후 지자체 의견을 묻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특히 인상폭에 대해서도 국토부와 서울시의 입장은 다른 분위기다. 국토부 도시광역교통과 관계자는 "인상폭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그동안의 물가상승분을 적용해 현재 350원에서 700원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 분야에도 물가지수가 따로 책정되는데, 국토부가 제시하는 폭은 전체 물가상승 수준"이라면서 "애초에 지자체에서는 1000원 수준의 인상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더욱이 부담금 인상을 최종 승인하는 부처인 기재부는 인상폭을 높이는 것에 대해 반기는 입장이 아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자체는 부담금을 징수하는 곳이지만, 부담금을 줄여줘야 하는 게 기본적인 우리의 입장이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동결된 교통유발부담금을 올려 징수된 재원을 대중교통시설 개선과 혼잡방지에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부담금이 처음 책정된 후 그동안 시설주의 소득이나 물가가 올랐다면 그만큼 인상해야 옳다"면서 "부담금 인상에 대해 물가관리나 시민부담전가 등 우려보다는 장기적으로 대기질 환경 개선이나 대중교통 이용자 편의 등에 이득이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 역시 "대중교통요금은 꾸준히 오르고 일반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도로도 만들어 주는데 승용차 이용자만 이득을 본다"면서 "대형 시설물을 가진 기업의 경우는 22년 째 교통부담 관련 비용이 동결됐는데 기업도 이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부과되는 교통유발부담금은 시설물이 유발하는 혼잡비용의 1~10% 수준밖에 안 된다. 도심의 경우는 1~3.7%, 비도심은 2.7~10% 정도다.
최근 서울환경연합이 와이즈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 거주 20~50세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63.9%의 시민들이 교통유발 부담금 인상에 찬성했다. 이 중 10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29.3%였고, 2000원은 19.5%, 4000원은 15.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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