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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세기의 검객' 김영호, 후배 최병철에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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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최병철[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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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웠다. 그리고 축하한다.

지켜보는 내내 안타깝고 떨리는 마음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구나. 올림픽 무대의 엄청난 압박을 이겨내고 동메달이란 값진 결과를 얻었다는 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덕분에 12년 전 추억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대표팀 막내였던 너와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다. 코치로 함께했던 2004 아테네올림픽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힘든 훈련을 잘 참아주고 의지도 상당히 강했지. 어린 나이였지만 침착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한 선수였어.

2008 베이징올림픽 때는 꼭 메달을 딸 거라 확신했다. 기량도 최고였고.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지켜보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16강에서 너를 이긴 일본 선수(오타 유키)가 은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더 안타까웠어.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런 과정들이 오늘의 영광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심 이번에는 금메달을 따 주길 바랐다. 그동안 고생했던 과정을 잘 알기 때문이야. 네가 경기를 앞두고 나한테 물어봤지. 어떤 마음으로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냐고. 얘기를 듣고 네가 느끼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더라. (신)아람이 문제 때문에 분위기도 안 좋았잖아. '마음 편하게 아무 생각하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해라.'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힘들었을 텐데 잘 극복해줘서 고맙다.
김영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김영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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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에서는 계속 경고를 받는 모습을 보니 답답하고 속상하더라. 아쉽지만 정당한 판정이라고 생각해라. 공격 기회를 가진 상대에게 등을 보이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니까. 너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14-14까지 몰렸지만 분명히 이길 거라고 믿었다. 나 역시 원 포인트 승부에서는 한 번도 져본 일이 없었거든.

스스로 아쉬움이 많이 남을 거야. 하지만 네가 값진 동메달을 따주면서 (남)현희랑 합쳐 플뢰레에 금-은-동메달이 모두 생겼구나. 더 중요한건 한국 펜싱의 메달 명맥을 계속 이어줬다는 점, 선배로서 뿌듯하고 대견하다. 한국에 돌아오면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정말 고생 많았다.

▲김영호
2000 시드니올림픽 남자 펜싱 플뢰레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한국 최초이자 1896년 근대올림픽 개막 이후 아시아 선수가 거둔 첫 펜싱 금메달의 주인공. 현재 로러스펜싱팀 총감독으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정리=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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