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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대 '서민안주' 실종···치킨·골뱅이·두부김치 다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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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실내 포장마차에서 1만원 짜리 통닭을 시키자 아이폰 보다 조금 큰 크기의 닭요리가 나왔다.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실내 포장마차에서 1만원 짜리 통닭을 시키자 아이폰 보다 조금 큰 크기의 닭요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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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29일 런던올림픽 중계방송이 한창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실내 포장마차. 직장인 김민희(30·가명)씨는 친구와 함께 더위를 피하고 시원한 얼음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던 김씨는 '통닭 1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싸다'는 생각에 통닭 한 마리와 맥주 두 병을 시켰다.

친구와 오랜만에 잔을 기울이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던 김씨는 정작 기다리던 안주가 나오자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옛날 통닭'을 기대하고 있던 김씨 앞에 아이폰보다 조금 큰 닭 한 마리가 나왔던 것.
김씨는 “아무리 그래도 만원은 돈도 아니냐. 닭이 살도 하나도 없고 정말 먹을 것이 없더라”면서 “요즘 안주 값이 아무리 비싸졌다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폭염을 피하고 올림픽의 흥분을 만끽하려 맥주 한 잔을 기울이기가 버겁다. 1만원대 술안주는 찾아보기가 힘들고, 치킨·골뱅이 등 만만한 '서민안주' 가격이 대폭 올랐다.

서로가 '원조'라고 다투는 골뱅이집이 즐비한 충무로에서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보다 골뱅이 가격이 약 7000원가량 올랐다. 충무로의 유명 안주집인 한 골뱅이 전문점에서의 골뱅이무침 한 접시는 5000원이 올라 현재 2만5000원. 사리추가 가격도 햄이나 포는 5000원에서 7000원으로 2000원이 더 올랐다.
인근의 동아골뱅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올림픽 때만 해도 1만7000원이면 한 접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2만2000원을 줘야 맛을 볼 수 있게 됐다.

충무로 유명 골뱅이집에서는 지난 올림픽 때보다 골뱅이 한접시 가격이 약 5000원, 사리추가 가격은 약 2000원 가량 올랐다.

충무로 유명 골뱅이집에서는 지난 올림픽 때보다 골뱅이 한접시 가격이 약 5000원, 사리추가 가격은 약 2000원 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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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1만원대 안주는 거의 '실종상태'고 보쌈, 닭볶음탕, 족발 등 '고급안주'는 3만~4만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나마 만만한 안주인 치킨도 양념 1만6900원, 반반 1만5900원 등으로 묘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마포구의 한 치킨집 야외 테이블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한 20대 직장인은 “예전에는 술값을 낼 때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냈는데 요즘에는 한 사람이 내기가 부담스러워서 각자 조금씩 나눠서 낸다”면서 “그래서인지 아무 곳에나 들어가지 않고 맛집을 검색해서 한 번을 먹더라도 고심해서 맛있는 집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대흥역 인근에 위치한 한 꼬치구이집에서는 그나마 가격이 싼 안주들을 팔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모래집(6000원), 염통(5000원) 등 싼 안주들은 메뉴판에만 있고 주문을 하면 “다 떨어졌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꼬치구이집 주인은 “삼복에 더위, 올림픽까지 겹쳐서 닭 공급이 잘 안 된다”면서 “저렴한 안주들은 다 동났다”고 말했다.
가격이 오른 탓인지 올림픽 열기에도 불구하고 유명 먹자골목들은 그 어느 때보다 한산했다.

주말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없이 한산한 홍대 인근 한 포장마차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꼼장어 가격이 2만8000원, 오돌뼈 1만8000원, 닭발 1만8000원, 두부김치 1만8000원이다. 치킨, 골뱅이 등과 함께 '서민안주'의 대표 격인 두부김치도 최근 3000원가량이 올랐다.

포장마차 주인은 “두부, 배추 값이 오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월세가 올라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눈길을 TV 쪽으로 돌려버렸다.

올림픽 경기 시청을 위해 알람시계를 맞춰 놨다는 직장인 김정민(33·가명)씨는 “주말 저녁에는 친구들과 모여서 새벽경기까지 챙겨보려고 하는데 보쌈을 시켜 놓으려다가 가격대가 4만원대까지 올라가서 멈칫했다”면서 “한두 경기도 아니고 올해는 그냥 근처 슈퍼에서 과자랑 맥주, 황도나 사서 먹으면서 봐야겠다. 돈도 없고 찰진 안주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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