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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복지'가 결국 시장 죽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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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② 정부 대박상품, 그 허상을 파헤치다 - 끝
정부 지원 정책으로 서민금융 역할 뺏겨…지역밀착형 대출 필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주택금융공사는 최근 2금융권의 고금리 전세대출을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 전세보증'의 조건을 완화했다. 부부합산 연소득 3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하고, 대출 보증비율도 기존의 90%에서 100%로 늘렸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보증비율인 90%에서 나머지 10% 리스크도 책임지기를 꺼려해 결국 공사가 100% 보증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결국 이 상품은 시중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기능을 아예 배제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성 기능만 살려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제도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서민금융'이란 애매한 용어부터 교통정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단 금융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시장기능의 활성화가 전제가 돼야 하는데, 서민이란 정치적 용어가 수식어로 붙으면서 시장 기능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소금융, 햇살론 등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금융은 순수한 '금융'이라기보다는 '복지'의 개념이 들어간 것"이라며 "복지 개념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자칫 복지가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밀어내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원 정책으로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것이 자칫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서민금융 기관인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IMF 외환 이전에는 상호부조적 성격을 띠던 상호금융기관들이 지난 10년간 단순 지역 금융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본래 취지인 지역 밀착형 금융, 상호대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감독ㆍ평가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범적인 상호금융 시스템 모델로 독일식 '협동조합' 모델이 언급되기도 한다. 일반 금융기관들이 경기가 좋으면 돈을 풀고, 경기가 나쁘면 빨아들이는 '경기순응형' 대출을 하는 것과 달리, 독일식 모델은 이와 반대인 '경기대응형' 대출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의 신용조합과 저축은행은 전체 가계대출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식 모델의 핵심은 재무재표보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대출심사역을 통해 사람의 성실성, 생활태도, 평소 거래 등을 보고 대출해주는 것"이라며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 금융기관의 전형적 병폐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독일식 지역 밀착형 금융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 강원 신용보증재단은 지난 해부터 현지 은행에서 30~40년간 근무한 퇴직자를 심사 담당자로 위촉하면서 보증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지역의 '마당발'인 이들은 상담만 해 봐도 가계의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다. 지역에서 유명한 금융 브로커가 신보 지점에 왔다가 이들 퇴직자가 있는 것을 보고 대출 중개를 포기한 일화도 있다.

민간 주도의 마이크로크레딧(소액대출)을 활성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성진 금융소비자협회사무처장은 "정책적 서민금융으로 인해 민간단체들의 서민금융 동력이 상실된 감이 있다"며 "무작정 돈을 주는 것보다는 민간 기관을 통해 자활을 병행해야 다중채무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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