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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계의 덫 '지체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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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을 조립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사천공장

T-50을 조립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사천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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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방위사업청이 두산DST에 지체상금(遲滯償金) 759억원을 부과했다. 올해 방산기업에 부과한 지체상금 중 최고액수다. 지체상금이란 방산기업이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방위사업청에서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지체상금 부과기준은 지연납품액×지체일수×지체상금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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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방사청에 따르면 두산DST가 생산하는 K-21 장갑차는 2010년 7월 육군 기계화학교 침수로 전력화가 중단됐다. 이후 수상성능을 보완해 지난해 5월부터 군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전력화가 늦어지면서 방사청은 전력화 중단시기부터 지체상금을 책정해 지난해 353억 8000만원, 올해 84억 8000만원 등 모두 759억원을 부과했다.
두산DST은 지난해 9월 방사청에 면제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010년 11월 군 당국이 사고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력화를 보류시켰고 사고원인이 방산기업에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은 방산기업이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면제신청서를 제출하면 방사청에서는 90일이내에 계약관리본부장 등 20명으로 구성된 군수조달분과위를 개최해야 한다. 하지만 방사청은 감사원의 지적을 피하기 위해 군수조달분과위를 9개월째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26일 개최예정이던 분과위도 내달 13일로 다시 연기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분과위를 26일 개최하려 했지만 분과위에 필요한 서류미비로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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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상금 부과기준은 명확하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다. 방산기업의 면제사유를 명시한 국가계약법 26조에는 천재지변, 정부시책, 수출국의 파업.화재.전쟁, 국가의 사유로 발견치 못한 기술보완, 규격변경 등이다. 면제기준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 식이다.

이 때문에 심사를 담당하는 개인의 결정에 따라 면제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면제를 받지 못해 납품수익보다 더 많은 벌금을 무는 기업도 있다. 두산DST의 경우에도 K-21전차의 납품금액은 총 5140억원이지만 지체상금 759억원이다. 이익이 10%가량 발생한다고 해도 결국 적자인 셈이다.

이런 기준 때문에 방산기업들의 행정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 노후화된 미국 항공기 동체를 들여와 성능을 개량하는 해상초계기 P-3CK사업이 2010년 말 전력화했다. 이 사업은 1~2호기는 미국의 L3COM사가 성능 개량 후 납품하고 나머지 8호기까지는 이후 KAI가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에서 개발한 사업이다. 하지만 1~2호기가 납품이 지연되면서 전체 전력화 일정이 7개월가량 늦춰졌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주계약자인 KAI는 전체 사업비에 육박하는 1800여억 원을 지체상금으로 방사청에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규모는 총 4914억으로 L-3사가 2965억원, KAI가 1949억을 투자했다. KAI의 투자액과 벌금액이 비슷해진 것이다.

결국 KAI는 행정소송을 내고 이달 승소했다. 지체상금은 355억으로 줄었지만 법정소송과정에서 시간.경제적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KAI는 지난주 법원에 다시 항소한 상황이다.

국내 방산업체와 국외 방산기업의 지체상금 역차별도 심하다. 국내 업체는 지체상금 한도액이 없지만 외국업체는 납품 금액의 10%를 한도액으로 정하고 있다. KAI '해상초계기 P-3CK사업'의 경우에도 국내방산기업의 지체상금은 1800여억원이지만 외국방산기업인 L-3사의 지체상금은 296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내 방산기업과 국외 방산기업에 부과한 지체상금도 확연히 차이난다. 지난해 국내 30개 방산기업에 부과한 지체상금은 총 537억이지만 외국 30개 방산기업에는 116억 7000만원에 불과하다. 올해는 6월까지 국내 30개 방산기업에 139억, 외국기업에 38억 4000만원이 부과했다.

방산기업 관계자는 "지체상금을 소신있게 결정해야 할 방사청에서 '감사원 눈치보기'에 바뻐 소신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일부 방산기업들은 납품이익보다 벌금형식인 지체상금이 더 많아 결국 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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