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Key)만 만지작거린 버냉키
◆통화정책 유지는 상황지켜보자는 뜻=이날 FOMC는 당초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올해 말까지로 연장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두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FRB는 2조30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데다 추가 유동성 공급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지난 17일 그리스 총선에서 파국을 피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점도 3차 양적완화가 아닌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리스 총선에서 구제금융 재협상과 한때 유로 탈퇴도 불사하겠다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승리했을 경우 FRB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차 양적완화 언제할까?=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3차 양적완화에 대한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꼼꼼히 보면 추정할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2차 양적완화가 막 시작될 뻔 했던 디플레 문제를 끝냈다"고 밝혔다. 이는 '디플레' 우려가 다시 부각되는 시기가 3차 양적완화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디플레이션은 통화공급 축소 등으로 물가수준이 하락하고 생산감소와 실업 증가가 동반되는 현상인데 FRB가 이날 제시한 지표를 본다면 디플레와는 거리가 멀다.FRB는 성명에서 "고용증가세가 둔화되고 실업률이 높다"고 밝혔으나 미국의 5월 실업률 8.2%는 유럽연합(EU) 평균 11%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게다가 성장도 지속된다.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5조648억 달러를 기록한 거대한 미국 경제는 1.4분기에 1.9% 성장한 데 이어 연간으로 2%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FOMC는 이날 GDP 증가율 추정치를 4월 2.4~2.9%를 크게 밑도는 1.9~2.4%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4월의 2.7~3.1%보다 낮은 2.2~2.8%, 2014년 전망치를 3.0~3.5%로 예상했는데 미국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 물가도 3월에 2.3% 올랐다. FOMC는 연간 물가 상승률이 2%나 2% 이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FOMC의 정책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재 지표상으로는 디플레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3차 양적완화 시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다만 유럽 국채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져 악화된다면 지표는 한순간에 나빠질 수있는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증시부양의 필요성이 요구될 경우 버냉키는 금리인하에 이어 양적완화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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