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일주일간의 유럽출장에서 돌아온 이 사장이 짐도 채 풀기 전 아들의 손을 잡고 향한 곳은 잠실야구장이었다. 아들과 딸의 손을 꼭 붙잡은 채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공을 칠 때마다 말을 건네는 이 사장의 표정은 야구에 흠뻑 젖어 있었다. 과거 재계 오너들은 격려차원에서 야구장을 방문했지만 이 사장은 야구 그 자체를 즐긴다.
9명이 한 팀이 돼서 싸우는 야구는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져있다. 모두 맡은 일을 제대로 해야 팀이 운영된다. 선수들이 아무리 잘 던지고 잘 친다고 해도 야구는 승리를 장담하기가 어렵다. 감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각 선수의 특성을 잘 살려 포지션을 정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경기 중 연속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팀을 승리로 끌어내야 한다.
이재용 사장이 야구에 끌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각의 다이아몬드는 전문경영인과 오너가 함께 호흡하는 삼성식 오너 경영과 닮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일 열린 기아차 K9 출시 행사에 불참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고위 관계자들이 총 출동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정 부회장은 인도와 터키를 둘러보는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인도 첸나이공장을 둘러본 후 터키를 찾았지만 그가 간 곳은 공장이 있는 이즈밋이 아니라 인탈랴라는 휴양지였다. 이곳을 찾은 것은 바로 양궁 때문이다. 이곳에서 양궁월드컵이 열렸는데 정 부회장이 선수 격려차 '일부러'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그룹이 여자양궁단을 창단했을 때의 일이다. 현대백화점 양궁단 창단은 범현대가에서도 이슈였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사촌인 정 부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정 부회장이 꾸준히 설득해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과 이 사장의 스포츠 사랑은 오는 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들 두 사람은 올림픽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양궁선수 응원차, 이 사장은 삼성이 올림픽 메인 스폰서로 돼 있는 관계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런던 올림픽에서 보게 될 이들의 스포츠 애정 행보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