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리더십은 '생존學'이었다.
이성무 명예교수...10일 '조선국왕전' 출간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조선의 27명 국왕들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왕좌에 오르기 위해 이복형제들을 죽인 태종, 여색에 휘둘려 정사(政事)를 그르친 변덕스러운 숙종, 새어머니를 유폐하고 친동생을 죽인 패륜아 광해군, 아버지와 부인 사이에서 휘둘린 유약한 고종…과연 그들의 진실된 얼굴일까? 조선시대는 '조선왕조실록(朝鮮王祖實錄)'이라는 방대하고 세밀한 기록과 달리 오늘날 TV 드라마, 소설, 영화을 통해 왜곡된 부분이 많다. 특히 태종, 숙종, 영조, 고종 등 극적인 일생을 산 군주의 이야기들은 더욱 그렇다. 이같은 기존 관념을 송두리채 깨는 역사서가 오는 10일 세상에 나온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성무(76)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조선왕조 국왕 27명의 진면목을 담은 '조선국왕전'이 그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우리가 아는 조선 역사는 실제와 다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조선 초기 양반연구' '조선의 사회와 사상' '조선양반사회연구' '조선시대 당쟁사' '조선을 이끈 명문가 지도' 등 다수의 조선 관련 역사 서적을 집필한 근 현대사 전문가다.이 책은 국왕의 혈통부터 즉위 과정, 시대와의 관계, 해결해야 했던 현안문제 등을 추적해 각 왕들의 치적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명예교수는 "'조선왕조사'는 사대부 정치, 시대훈신 정치, 시대사림 정치, 시대탕평 정치, 시대외적 정치 등 자연 정치사를 중심으로 조선왕조 500년의 사회, 경제, 군사, 문화를 망라한 책이다. 각종 매체에서 왜곡돼 보여지는 스물일곱 명 조선 국왕들의 실제 모습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역사학자로 늘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창업한 1대 태조부터 조선 500년의 역사를 마감한 27대 순종까지 조선왕조 국왕 27명의 진면목을 담아낸 '조선국왕전'은 '조선왕조사'에서 국왕의 역할을 제대로 부각해 드러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중앙집권적 왕권국가였던 조선의 국왕은 최고 권력자이며 최고 명령자였다. 그러나 실제로 강력한 왕권을 행사한 조선의 국왕은 많지 않았다. 이 명예교수는 "조선이 고도의 유교적 정치논리에 의해 신료들이 국왕의 권한을 제약하는 양반관료 체제 국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27명의 조선 국왕들은 체제적 특수성 속에서 정치 상황과 당대 시대적 요구에 따라 행동했다. 시대적 여건에 따라 강력한 전제 군주이기도 하고, 전제권을 휘두르다 축출되기도 하며, 당쟁에 휩싸여 명멸하기도 하고, 오히려 당쟁을 조장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국을 만들기도 했다. 명종과 철종 등 외척, 척족, 세도정치로 인해 권신들의 허수아비인 적도 있다. 단종과 고종처럼 비운의 시대와 함께 한없이 무력하게 사라진 왕도 있다.
조선 국왕에 대한 고정관념은 강력한 관료 체제로 움직이던 조선 정국에서 국왕이 전제적 통치권을 인정받지 못했던 데서 시작됐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절대왕권 국가 조선의 국왕을 전제 군주로 여기는 탓에 시대 상황과 국가 체제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바꾸어간 국왕들은 유약하거나 무력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각 매체가 가장 극적인 사건에만 집착해 왜곡된 국왕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조선국왕전'은 유교이념과 양반관료 체제로 이뤄진 조선이 움직이는 방식, 그 체제 속에 속한 하나의 축으로서 국왕들의 시대적 역할, 행동 방식과 그 당위성 등을 낱낱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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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예교수는 태종을 "조선을 세운 창업 공신이자 세종 대 이루어진 르네상스의 토대를 닦고, 절대왕권을 수립한 조선왕조의 진정한 건설자"로 칭한다. 또 숙종은 당쟁을 이용, 조선 후기 무너져 가던 절대 왕권을 재구축한 영민한 왕이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초토화된 조선을 재건하고 명, 청 교체기라는 시대 흐름을 읽고 대처한 능동적인 정치가였다. 또 고종과 대한제국은 전세계적으로 제국주의의 침탈이 가속화되던 시대를 알면 더욱 입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다.이 명예교수는 "시대와의 관계, 탄생부터 즉위과정, 치세 전반을 통해 국왕들의 행동 당위성을 이해하면 조선이라는 나라와 국왕들의 진짜 얼굴을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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