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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사가 쓴 왕따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5월 국내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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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사가 쓴 왕따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5월 국내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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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이하 부모 얼굴)의 시작은 2006년 일본 후쿠오카 현에서 이지메(イジメ, 집단 따돌림)를 상습적으로 당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의 자살이었다. 이지메로 인한 학생들의 자살이 '일상(日常)'인 일본이었지만, 이 사건이 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의 이성을 자극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작 가해 학생들은 반성의 기미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는 것. 한 가해 학생이 교실에서 "아아. 뒈져버렸군. 주물럭거릴 녀석이 없어져서 심심하네"라고 말했고, 또 어떤 가해 학생은 장례식에 가서 관 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고 전한 신문 보도는 작가이기 이전에 고등학교 교사였던 하타사와 세이고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교육 현장에서 이지메의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는 실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다면 무엇인가를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여긴 그는 이를 반드시 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단 제목부터 정했다. 그는 교사로 근무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과 학부모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끼워 넣어 극의 집필을 끝냈다. 이렇게 완성된 '부모 얼굴'은 2008년 일본 도쿄에서 초연되어 학원 폭력이 사회적인 병폐로 자리 잡은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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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얼굴'이 한국에 상륙한다. '맘마 미아!' '렌트' 등 라이선스 뮤지컬 외에도 '산불' '대학살의 신' 등 다수의 연극을 제작한 신시컴퍼니가 오는 5월 18일부터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부모 얼굴'의 한국 공연을 시작한다. 사실 '부모 얼굴'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방식은 1월 29일 명동국립극장에서 진행된 '낭독' 공연이었다. 열세 명의 배우들이 의자에 앉아 1시간 30분 남짓한 러닝 타임 동안 의자에 앉아 최소한의 움직임과 대사만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형식이었다.

대본의 낭독 수준에 불과한 건조하고 밋밋한 공연이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밋밋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본의 학교 이지메 문제를 다루는 '부모 얼굴'의 내러티브가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우리나라의 학원 폭력 문제와 동일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600석을 가득 매운 관객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극의 내러티브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들은 가해자 학생 부모들의 행동에 분노하고 참담해 했으며, 어처구니 없는 일련의 상황에 때론 눈물을 훔치기도 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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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얼굴'의 주인공은 가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의 부모다. 학생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 회의실에 소집되면서 시작되는 '부모 얼굴'은 공연이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부모와 선생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로만 무대를 채운다. 자살한 여학생이 자살 직전 학교 담임과 다른 반 친구에게 네 명의 가해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보낸 것이 유일한 증거. 가해 학생의 부모들은 "설마 우리 아이만은!" 이라는 믿음에 잇달아 밝혀지는 진실을 외면한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뭉친 이들은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유서를 빼앗아 불태우는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막과 장의 구분도, 암전(暗箭)도 없다. 학생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굳이 자극적인 상황 설정이나 감성적인 호소, 과한 교훈성과 메시지에 의존하려 하지도 않는다. 철저히 제 3자의 입장에 선 '부모 얼굴'은 이성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사건을 전개한다. 또 희화화된 설정을 가미해 무거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작품의 재미와 주제 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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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부모 얼굴'에는 우리나라 연극계의 대모로 통하는 손숙을 필두로 박용수, 길혜연, 서이숙, 박지일, 이대연, 장영남 등 우리나라 대표 연극배우들이 등장해 극의 강렬함을 한층 배가시킨다. 일본 판에 비해 새롭게 추가되거나 바뀐 내용은 없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한국 식으로 변화했으며 극 중 배경이 되는 일본 명문 사립 중학교가 서울 국제중학교로 문패를 바꿔 달았을 뿐, 플롯과 서사는 정확히 일치한다. '이지메'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선 외국어가 아닌, 우리나라 현실에서 출몰하는 사회 병폐가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오래 전의 일이다. 인정해야만 하는 슬픈 현실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제공_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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