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리콜은 말도 꺼내지 마세요
리콜명령은 자동차가 안전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으면 자동차 제작, 조립, 수입자가 그 결함 사실을 해당 소유자에게 통보하고 수리, 교환, 환불 등의 시정 조치를 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반면, 차량의 결함을 반드시 공표하지 않아도 되는 '무상수리'는 지난해 15건으로 65만여대에 이르러 리콜대수에 비해 2.4배나 많았다. 지난해 수입차의 무상수리 조치가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국내 완성차들을 중심으로 무상수리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입차는 지난해 161개 차종에서 3만8783대가 리콜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무상수리를 선택하는 것은 차체 결함이 알려지면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라고 염려하기 때문이다. 리콜은 최대 환불조치가 가능해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H사 관계자는 “한국은 리콜 자체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강해 운전자의 안전문제와 연관이 있더라도 무상수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결함을 공표하지 않고도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비용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K사의 한 연구원은 “차내 배기가스 유입 문제는 자동차 최종 설계과정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치명적인 결함이었다”면서 “회사가 무상수리 조치를 했지만 궁극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수리보다는 리콜을 했어야 맞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 같은 국내 완성차업계의 관행에 이렇다할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리콜 강제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완성차에 대해 권한을 행사한 적이 없다. 대부분 소비자가 신고하면 수동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자발적 리콜'로 유도하는게 현실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한 조사원은 “권한을 가진 기관과 기업이 운전자가 소극적인 조치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측면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비자 처지에서 더욱 더 적극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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