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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소비자들이 요즘 사용하는 노트북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것은 일본 도시바가 1985년 출시한 'T1100'이다. 'T1100'는 디스플레이 부분을 아래로 접어 쉽게 갖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최초의 휴대용 컴퓨터였다. 무게는 4.1kg. 약 25년이 지난 지금 노트북의 무게는 1kg 초반까지 떨어졌다. 휴대성 측면에서 크게 진보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성능도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들고 다니는 컴퓨터'의 영역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다른 컴퓨터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입을 수 있는 컴퓨터' 즉 웨어러블(wearable computer)이 그것이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몸에 착용하거나 옷처럼 입는 컴퓨터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옷이나 액세서리처럼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자가 웨어러블 컴퓨터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역사는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아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는 세계 최초로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부분 탑재형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낸다. 물안경처럼 생긴 HMD는 두 눈에 렌즈 대신 모니터를 장착하고 3차원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 최초의 HMD는 천장에 연결된 고정형이었는데, HMD를 장착한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그래픽을 보여줬다. 지금은 3D 게임을 하거나 군사 시뮬레이션 훈련 등의 용도로 많이 쓰이게 된 기기다. HMD는 컴퓨터를 책상이 아닌 몸으로 가져온다는 발상을 구체화시킨 첫번째 사례였다.

초기 웨어러블 컴퓨터는 손목시계 형태의 계산기, 발가락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신발 컴퓨터 등 몸을 덮는 옷보다는 신발과 각종 액세서리 형태로 개발됐다. 복잡한 기능보다 한 가지 기능만 골라 탑재한 제품들로 이미 시장에서도 다양하게 팔리고 있다. 2006년 출시 이후 계속 인기를 끌고 있는 나이키의 운동화 '나이키 플러스(Nike+)'도 웨어러블 컴퓨터의 일종이다.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과 운동화를 연동한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운동화 바닥 깔창의 홈에 동전만한 센서를 끼우면 아이팟이나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고, 달린 거리나 소비된 칼로리가 기록된다.
최근들어서는 전도성 실과 섬유 등 섬유분야의 발전으로 옷처럼 입는 컴퓨터도 서서히 선보이고 있다. 특히 건강관리 시장에서 웨어러블 컴퓨터에 보이는 관심이 크다. 컴퓨터를 입은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생체 신호를 수집하고 건강관리 센터에 전송해 관리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국 센사텍스 사가 조지아공대와 함께 개발한 '스마트셔츠'는 옷에 광섬유를 일정 간격으로 배열하고 체온계, 혈압계 등의 센서를 부착했다. 스마트셔츠는 입고 있는 사람의 혈압, 맥박, 호흡, 체온등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측정 수치를 통신망을 통해 담당 의사에게 전달한다. 고가의 의료 장비 없이도,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아디다스에서도 운동 중 심박수 등을 측정해 시계처럼 차는 단말기로 전송하고 운동량을 표시해주는 운동복울 내놓기도 했다.
2011년 '제7회 웨어러블 컴퓨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한땀한땀' 팀의 '옷이포디'.

2011년 '제7회 웨어러블 컴퓨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한땀한땀' 팀의 '옷이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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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옷이 컴퓨터가 된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는 아직 초기 단계다. 그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 주는 제품들이 많다. 지난해 12월 카이스트와 한국차세대컴퓨팅학회가 공동 주관한 '제7회 웨어러블 컴퓨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한땀한땀'팀의 웨어러블 컴퓨터는 영화관을 옷으로 옮겼다. 대회에 출품한 작품명은 '옷이포디'. 스마트폰과 옷이 하나로 이뤄진 작품이다. 옷에는 물 분사기와 송풍팬 등이 달려 있고,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통신한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면 4D 영화관에 있는 것처럼 바람이 불거나 물이 쏟아지는 등의 효과가 옷에서 재생된다.

카이스트 시스템설계응용연계센터 임수지 연구원은 "출품 팀에서 영화 각 장면에 원하는 효과를 지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제작했다"면서 "지진이 나는 장면에서는 진동 센서가 작동해서 흔들림 효과를 주고,물이 튀는 장면에서는 물이 분사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마트폰의 등장은 웨어러블 컴퓨터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최근에는 애플과 구글도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웨어러블 컴퓨터 개발에 착수했다. 가방 속 스마트폰이 메인 컴퓨터 역할을 하고, 손목에 차는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일이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보는 수고까지 없애겠다는 것.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HUD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옷이포디'에서 볼 수 있듯이 의복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궁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유회준 교수는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스마트폰도 넓은 의미의 웨어러블 컴퓨터나 다름없다"며 "향후 스마트폰이 본체가 되고, 거기 필요한 주변기기들이 웨어러블 컴퓨터 형태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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