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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주식talk③]눈먼 세금을 향한 모럴 헤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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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미국·2010년 10월)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겠습니까? 이 국가 역사상 최고가의 면책을 요구하고 있는거라구요”

영화 '월스트리트(2010)'의 한 장면. 미국에서 최악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열린 대책회의에서 정부 대표는 파산에 직면한 투자은행(IB) 대표들에게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그 때까지 월스트리트의 IB들은 주식시장 거품에 기대 부실대출을 늘리고, 투기자본을 끌어들여왔다.
거품이 걷히고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파산에 내몰린 IB들은 '투 빅 투 페일(Too big too fail)'을 들먹이며 정부를 협박한다. IB가 파산하면 전세계 금융시장이 붕괴하고, 국가도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달러 파티'를 벌이던 그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정부의 세금에 기대 다시 회생하길 기다린다. 그들에게 부끄러움, 자책은 찾아볼 수 없다.

주인공 제이콥은 KZI사의 펀드 중개인이다. 전망이 밝은 사업을 발굴하고 거기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 투자하고 이익을 거둬들인다. 월스트리트에서 잘나가기로 소문난 그가 한번에 받는 보너스만 해도 150만달러(약 18억원)가 넘는다.

하지만 경쟁사인 처칠슈워츠가 KZI를 무너뜨릴 생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자 KZI는 파산에 몰린다. 결국 한 달 전만해도 76달러였던 KZI 주식을 단 돈 2달러에 처칠슈워츠에 매각된다. 또 KZI의 대표이자 제이콥의 멘토인 루까지 자살을 선택하면서 제이콥은 처칠슈워츠에 복수를 다짐한다.
이 사이 20년전 감옥에 들어갔던 고든 게코가 출옥하게 된다.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살았던 그는 헐값 매입한 주식을 비싸게 되팔고, 친구의 회사를 뺏는 냉혹한 인간이다. 그가 수감돼 있던 사이 월스트리트는 그의 예상처럼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시장이 돼 있었다.

KZI를 무너뜨린 처칠슈어츠도 명맥을 오래 유지하진 못한다. 미국이 금융위기로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 파산을 앞둔 처칠슈어츠와 다른 투자은행은 정부에 세금 지원을 요청한다.

도덕적해이를 뜻하는 ‘모럴헤저드’는 이제 금융권을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됐다. 정부도 파산에 몰린 금융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지만 도덕성만을 갖고 판단하지 못한다. 자칫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계속되고 있는 'Occupy Wall Street'(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는 금융권의 모럴헤저드와 맞닿아 있다.

이 시위의 출발은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금융가에 분노를 표출하면서 시작됐다. 경제적인 부가 1%의 사람에게 몰려있고, 나머지 99%의 사람들은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시위대들이 보기에 월스트리트의 금융가들이 받는 천문학적인 보너스와 연봉은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났다. 하지만 IB가 계속 덩치를 키워나가는 한, 모럴헤저드를 없애지 못하는 한 비이성적인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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