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올 시즌 두산의 키워드는 모험이다. 김진욱 감독은 지휘봉을 처음 잡는다. 코치진의 얼굴도 대폭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일본인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 1982년부터 2003년까지 세이부에서만 22년을 선수로 뛰었다. 통산 2379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1738안타 156홈런 811타점이다. 골든글러브를 11번 거머쥐며 일본리그 최고 포수로 군림했다. 승승장구는 지도자 변신 뒤에도 계속됐다. 세이부 감독으로 부임한 2004년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일본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수들과 함께 정상을 맛봤다. 화려한 경력의 그가 이어 내딛은 길은 해설위원이었다. 그라운드 밖에서 NHK, 산케이스포츠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눈을 점검했다.
지도자로서 3년여 공백을 깨고 일어서는 무대로 이토 코치는 한국을 택했다. 그에게는 무척 낯선 리그다. 한국 야구를 접한 건 지난해 2월 인스트럭터로 참가한 LG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2009년 WBC가 9할 이상을 차지한다. 리그 관전 횟수도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힌다. 더구나 두산은 올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언어, 문화 등의 장애를 뛰어넘는 동시에 항로를 개척해야 한다. 여느 때보다 험난한 모험이다.
이토 코치에게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은 분명한 기회다. 학습 측면에서가 아니다. 30년 프로 경험을 녹일 수 있는 관점에서다. 이는 나아가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함께 어우러질만한 요소는 크게 두 가지. 구단의 배려와 김진욱 감독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두산은 최근 고마키 유이치 코치를 불펜코치로 데려왔다. 영입은 사실상 이토 코치를 위한 배려 차원이었다. 이토 코치는 “세이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함께 하며 볼을 받는 능력이나 투수 컨디션 체크 능력이 좋아 보였다”며 “신뢰관계도 두텁고 해서 이번 기회에 데려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마키 코치의 조언을 잘 들으며 투수들의 성장을 돕겠다”라고 덧붙였다.
수장과의 공감대 형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김진욱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특히 한 점의 중요성에 대해 같은 의견이었다. 한 점을 내기 위한 노력, 진지함, 신중함을 추구하자는데 뜻이 일치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토 코치는 현역 시절 번트의 달인으로 불렸다. 현 퍼시픽리그 최다 번트 기록의 보유자일 정도다.
이 같은 구상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더딘 전달은 두산이 내건 변화에 충분히 제동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진욱 감독, 정명원 코치, 조성민 코치 등은 간단한 일본어 구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조금의 우려도 덜어내지 못했다. 이토 코치는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열흘간 선수단의 일본 마무리훈련을 함께 보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다 “아직 이야기를 나눈 코치도, 친한 코치도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대화를 통해 팀워크를 다져나가겠다. 나부터 간단한 한국어를 서서히 공부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일부 야구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불협화음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한 관계자는 “두산 구단에서 이토 코치에게 너무 많은 힘을 실어준다”며 “김진욱 감독 보좌가 가장 큰 숙제인데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지휘봉이 나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적인 수석코치 이상의 권한을 부여받는 것 같다”며 “초보 사령탑인 김진욱 감독의 어깨가 무척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두산의 키워드는 모험이다. 모험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진욱 감독과 이토 코치의 눈은 모두 우승을 향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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