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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니까 배우다! - 영화 '페이스메이커'의 '연기본좌' 김명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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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니까 배우다! - 영화 '페이스메이커'의 '연기본좌' 김명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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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모두가 김명민(41)을 '연기(演技) 본좌'라 칭한다. '본좌'는 특정 분야에서 출중한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 1996년 공중파의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김명민은 언제나 극 중 역할을 온 몸으로 완전히 체화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가 출연한 영화와 TV 드라마 리스트를 보면 절로 수긍이 간다. '불멸의 이순신'과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김명민을 스타덤에 올린 일련의 TV 드라마에서 김명민은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없애고 애국자 이순신과 출세지향형 외과의사 장준혁, 괴짜 지휘자 강마에로 변신했다. 영화는 더하다. '내사랑 내곁에'의 루게릭병 환자 종우를 위해 김명민은 무려 20kg에 육박하는 체중 감량을 감행하기도 했다.

2012년, 김명민의 새로운 목표는 마라토너다. 19일 개봉되는 영화 '페이스메이커'에서 김명민은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30㎞만 달릴 수 있는 마라토너로, 동생 부양을 위해 페이스메이커(pacemaker)를 직업으로 택하는 주인공 주만호로 분했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이럴 때 적당하다. '페이스메이커'에서도 '자연인' 김명민은 온데간데 없다. 어수룩하고 순수한 청년 '주만호'만이 보인다. '연기본좌' 김명민의 완전히 다른 연기를 맛볼 수 있는 성찬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변신 1, 소름(2001)
감독_윤종찬 | 주연_김명민, 고(故)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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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의 영화 데뷔작. 이후 '청연' '나는 행복합니다' 등을 연출하게 되는 윤종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소름'은 한 남자가 철거 직전의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알게 된 여자와 엮이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극 중 김명민은 남편에게 상습 폭행당하는 여자 선영(장진영 분)과 얽힌 관찰자 캐릭터인 용현으로 등장한다. 용현은 선영과 아파트, 그리고 30년 전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을 통해 점차 광기에 흽싸이게 된다. 장진영은 과거 충무로 영화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강렬한 연기로 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ㆍ청룡영화상 등 국내외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김명민도 '소름'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소름'은 배우들의 연기 파트너십 진가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숨겨진 걸작이다. 담배를 전혀 피지 않던 김명민은 '체인 스모커' 용현 역을 위해 매일 세 갑 이상 담배를 피다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변신 2, 리턴(2007)
감독_이규만 | 주연_김명민, 유준상,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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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출연 후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약하던 김명민이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작품. 외형상으로는 마취가 되어 있지만 실제로 환자의 정신과 감각이 멀쩡해 수술 중 모든 고통을 느끼는 '수술 중 각성'을 소재로 한 공포물이다. 일본 동명 TV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 드라마 '하얀 거탑'의 외과의사 장준혁으로 인기 상종가를 친 김명민은 '리턴'에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죽음을 맞는 비운의 엘리트 외과의사 류재우로 분했다. '하얀 거탑'의 장준혁이 카리스마를 무기로 장착한 출세 지향형 캐릭터라면, '리턴'의 류재우는 자신을 겨냥한 갖가지 불행에 몸부림치는 현실적 인물이다. 김명민 외에 유준상, 김태우, 정유석, 김유미 등 중견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좋고 이규만 감독의 연출력도 깔끔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김명민은 극 중 눈물 흘리는 장면을 위해 12시간 안약 없이 눈물 연기를 했다. 식사 시간에도 홀로 눈물을 흘리면서 감정을 유지하는 투혼을 발휘했는데, 결국 다음날 병원에서 성대결절 진단을 받기도 했다.

변신 3, 내사랑 내곁에(2009)
감독_박진표 | 주연_하지원, 김명민, 남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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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에게 '극(極) 사실주의 연기자'라는 칭호를 안겨준 '문제'작이다. 노인 커플의 성(性)과 사랑을 그린 '죽어도 좋아!', 에이즈에 감염된 여자와 농촌 총각의 이야기 '너는 내 운명', 이형호군 유괴 사건을 그린 '그놈 목소리'에 이은 박진표 감독의 통산 네 편째 장편 영화. 감각과 의식은 멀쩡하지만 육신이 마비되는 루게릭병 환자 종우(김명민 분)와 장의지도사 지수(하지원 분)의 지고 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도 막을 수 없는 절대적 사랑을 말한다. 촬영 기간 내내 무려 20kg 이상의 체중을 감량한 김명민은 실제 루게릭병 환자들의 병 진행 과정에 맞춰 손동작, 발동작, 표정 등의 미묘한 차이까지 분석했다. 과도한 신파 내러티브가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두 배우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칭찬을 받았다. 김명민과 하지원은 그 해 청룡영화상에서 이 영화로 남우ㆍ여우주연상을 석권했다. 촬영 막바지까지 김명민은 과도한 다이어트로 저혈당 증세와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감량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감성 유지를 위해 촬영 내내 숙소의 창을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뒀다.

변신 4,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감독_김석윤 | 주연_김명민, 오달수,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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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본좌 김명민에게 '흥행본좌'라는 닉네임을 안겨준 2011년 상반기의 슬리퍼 히트작. '달려라 울엄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 TV 시추에이션 코미디에서 재능을 보인 김석윤 감독의 두 번째 극장 장편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은 전국 47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김명민 최고의 흥행작이다. 극 중 김명민은 공납 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파헤치라는 정조의 명으로 개장수 서필(오달수 분)과 함께 사건의 한가운데로 향하는 유머러스한 명탐정 역으로 등장한다. 한국판 '셜록 홈즈' 혹은 '007'로 칭해지는 '조선명탐정'에서 김명민은 과거 그에게 드려졌던 심각하고 진지한 아우라를 완전히 걷어냈다. 사건 해결에서는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천재지만, 미녀에게 정신이 나가고 슬랩스틱도 마다하지 않는 '허당' 기질 다분한 명탐정 역으로 김명민은 정통 코미디에서도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입증했다.

변신 5, 페이스메이커(2012)
감독_김달중 | 주연_김명민, 안성기, 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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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뛰어온 '페이스 메이커' 마라토너 주만호(김명민 분)가 생애 처음으로 오직 자신만을 위한 42.195km의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이야기의 스포츠 드라마로, '김종욱찾기' '헤드윅' '쓰릴미' 등 국내 뮤지컬 계의 베테랑인 김달중 감독의 영화 첫 출사표다. 김명민은 주만호를 위해 실제 마라톤 선수와 똑같은 훈련을 통해 다리 근육을 마라토너의 '말' 근육처럼 만들었다. 더 불쌍하고 궁색 맞은 '루저' 주만호를 위해 두터운 인공치아를 끼고 연기했으며, 일부러 노 메이크업을 고집했다. 그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다소 느슨한 내러티브의 외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김명민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사정없이 자극한다. 김명민은 '페이스메이커'를 보는 98%의 사람들이 주만호에 감정 이입할 것 같다"는 바람을 말한다. '페이스메이커'는 98%의 범인(凡人)도 언젠가는 상위 2%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꿈을 안겨주는 메시지의 '착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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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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