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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박찬호·구대성, '저니맨'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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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왼쪽)와 구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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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연어처럼 돌아왔다. 충청남도 공주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대전으로 돌아오기까지 1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박찬호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1994년~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2002년~2005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2005년~2006년), 뉴욕 메츠(2007년), 다저스(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2009년), 뉴욕 양키스(2010년), 피츠버그 피이어리츠(2010년), 오릭스 버팔로스(2011년) 순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2012시즌 고향 팀인 한화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최근 행보를 놓고 보면 그는 ‘저니맨’에 가깝다. 2002년 이후 11시즌 동안 9개 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러나 박찬호는 ‘저니맨’이 아닌 ‘브레이브 맨’이다. 약관의 나이에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너 메이저리그에 도전했고 일본 리그를 거쳐 불혹의 나이에 또 한 번 꿈을 이뤄냈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조국에서 하겠다는 소망을 이룬 그에게서 '용감한'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야구팬들의 시선이 국내 리그로 돌아온 박찬호와 이승엽(삼성) 그리고 일본리그로 떠난 이대호(오릭스)에게 쏠려있는 가운데 저 멀리 남반구 호주에선 마흔을 넘긴 ‘국제적인 저니맨’의 소식이 전해졌다. 내년이면 우리나라 나이로 44살이 되는 구대성이다. 그는 지난 21일 호주 퍼스 발바갈로 구장에서 열린 호주 프로야구(ABL, Australian Baseball League) 올스타전에서 외국인 선발팀 소속으로 호주 선수 선발팀을 상대했다. 성적은 놀라웠다. 8-5로 앞선 9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탈삼진 1개와 볼넷 1개, 땅볼 2개 등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올스타전 1호 세이브를 챙겼다.

구대성은 한국(한화), 일본(오릭스), 미국(뉴욕 메츠), 호주(시드니) 등 4개 리그에서 뛰는 두 번째 한국 선수다. 첫 번째 주인공은 야구보다 세계화된 축구의 안정환이다. 한국(부산, 수원), 이탈리아(페루지아), 일본(시미즈, 요코하마), 프랑스(FC 메스), 독일(뒤스부르크), 중국(다렌 스더) 등 무려 6개 리그를 경험했다.

야구의 경우 1960년대 초고교급 투수로 주목을 받았던 이원국이 구대성의 선배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일본, 미국, 멕시칸 리그를 거쳐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에 MBC 청룡 소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일본 리그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고 미국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했다. 멕시칸 리그에서는 100승 이상을 거뒀다. 멕시칸 리그는 인터내셔널리그, 퍼시픽 코스트 리그와 함께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 A 3개 리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구대성이 이원국에 이어 여러 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된 건 호주가 2010-11시즌 프로 야구를 다시 시작하는 행운이 뒷받침됐다. 호주는 1990년대 8개 구단으로 프로 야구리그를 운영했으나 1999년 재정 문제로 문을 닫았다. 11년 뒤인 지난해 심판의 플레이볼은 다시 울려 퍼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호주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구대성이 뛰고 있는 시드니 블루 삭스 등 6개 구단으로 리그를 재개했다.

호주대표팀 선수들이 2008년 3월 14일 대만에서 막을 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륙별 플레이오프에서 한국과의 경기 공격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사진=김성훈)

호주대표팀 선수들이 2008년 3월 14일 대만에서 막을 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륙별 플레이오프에서 한국과의 경기 공격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사진=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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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호주는 1970년대부터 야구를 교류했다. 그 첫 무대는 1971년 서울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였다. 한국이 1차 리그에서 1승 1무 2패로 출전 5개국 가운데 4위로 처졌다가 2차 리그에서 대역전 우승을 일궈내 올드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대회다. 한국은 호주와의 1차 리그를 4-5로 패했지만 2차 리그를 4-0 승리로 장식했다. 결과를 떠나 야구팬들은 호주 선수들을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그 무렵 대부분의 국내 선수들은 타석에서 대부분 스퀘어 스탠스를 취했다. 반면 몇몇 호주 선수들은 내딛는 발이 투수를 향해 거의 열려 있는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를 보였다.

호주와의 대결은 최근에도 세 차례 있었다. 지난 10월 파나마에서 막을 내린 제39회 야구월드컵에서 1승 1패(8-0 승, 2-3 패)를 나눠가졌고 11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는 삼성이 2010-11시즌 ABL 챔피언인 퍼스 히트를 10-2로 크게 이겼다. 호주의 야구 수준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 4위(4승 3패)로 준결승에 진출해 일본을 1-0으로 꺾고 결승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호주는 쿠바에 2-6으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이 대회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 대만 등에 밀려 출전하지 못했다.

필자는 1989년 경기도 이천 OB 베어스 2군 구장에서 열린 아마추어 국가 대표팀과 OB 2군의 연습 경기 때 구대성이 던지는 걸 처음 봤다. 당시 구장에 있던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한양대 1학년이던 구대성의 투구 폼을 지적하며 대성할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왼손투수인 구대성의 왼발이 투구 때 홈플레이트를 향하며 심하게 크로스가 돼 부상 위험이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구대성은 등 뒤에서 나오는 것 같은 독특한 투구 동작으로 이후 큰 문제없이 마흔이 넘도록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불혹에 국내리그를 밟게 된 박찬호와 같이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친 구대성 역시 ‘브레이브 맨’이라고 할 수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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